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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머리당 영등굿을 보러

- 제주에서의 4박 5일

by 서서희

칠머리당 영등굿을 보러

- 제주에서의 4박 5일


글 서서희


제주도 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에서 둘째, 넷째 금요일에 상설공연이 있다고 하여 세 사람이 시간을 맞춰 제주도로 향했다. 굿 공연은 저녁 7시에 있었고, 공연 전에 기메체험이 있다고 하여 6시 전에 도착해 기메체험에도 참여했다.

'기메'는 제주에서 굿을 할 때 쓰이는 종이 무구로 '바람등'이라고도 한다고... 바닥에 노랑, 연두, 분홍 등 색색의 한지가 놓여있고 그중 하나를 택해 종이를 접은 상태로 무늬를 생각하며 가위로 잘라낸다. 세모, 기둥, 동그라미 등으로 잘라내고 그 종이를 다시 펴면 무늬가 생겨 있다. 이 종이를 동그란 테(불이 들어오는 장치가 있다)에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거기에 마음속 소원을 담는다. 조금 어려웠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재미있는 활동이었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영등송별제'는 제주에 북서계절풍을 몰고 와 풍어와 풍농을 가져다주는 바람의 여신인 '영등할망'을 보내는 행사로 영등달(음력 2월)에 이루어지는 굿이다.

7시가 되기 전에 굿이 진행되는 공연장에 들어가니, 화면으로 영등굿의 순서를 차례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그동안에 진행된 굿 중 녹화된 일부를...) 초감제 중 삼석울림, 궤문열림, 연유닦음 등...

이번 공연은 영등굿 중 초감제 부분으로 초감제는 일만 팔천 신을 굿하는 장소로 청하는 제차이다. 굿을 하는 날짜와 장소를 말하고, 굿을 하게 된 연유를 고한 다음, 일만 팔천 신이 오시는 문을 열고, 제장을 정화하여, 신을 청하여 들이고, 제각기 정해진 자리에 앉히기까지 여러 소제차를 차례로 진행한다.

- 삼석울림(굿의 시작을 알리기 위하여 악기소리를 울리는 제차)

- 궤문열림('궤'의 문을 여는 제차)

- 배포도업침(세상이 이루어진 내력을 풀어내는 제차)

- 날과국섬김(굿을 하는 날짜와 장소를 말하는 제차)

- 연유닦음(굿을 하는 이유를 밝히는 부분)

- 새다림(부정을 정화시키는 제차)

- 신청궤(신을 청하여 들이는 제차)

- 본향듦(본향당신을 청해들이는 과정)

- 삼헌관 절 시킴(해녀 대표 3인의 배례)

- 분부사룀(마을의 운수를 점침)

- 정대우(신들의 자리를 배정하여 앉히는 과정)

- 석살림(신을 즐겁게 놀리는 의미의 제차)

- 공연

1) 추물공연(신들에게 준비한 제물을 대접)

2) 금베리잔(신들에게 잔을 권하는 제차)

3) 나까시림 놀림(신에게 바치는 시루떡을 던지고 받는 행위)

4) 지장본풀이(지장아가씨의 이야기)


* 제주도어가 많아 모두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심방(무당)과 소미(악기를 다루는 보조심방)들의 말, 사설, 악기, 춤 등 다양한 형태로 굿이 진행됨을 알 수 있었다.

새다림(새드림)이라는 부분에서는 죄를 고하고 부정을 씻어내는 것인데 죄를 고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오면, 심방이 그들의 죄를 씻어주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런데 나는 보는 도중 갑자기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나까시림 놀림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시루떡 두 덩어리(굉장히 무거운 시루떡-비닐로 싼 시루떡)를 높이 던져 올렸다 받고, 서로 다른 사람에게 던져주고 받는 행위를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리고 난 후엔 그 시루떡을 잘게 나누어 공연을 보는 사람 모두에게 나누어 먹게 해 주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심방과 공연자,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 모두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마당극의 형태로 마무리를 지었다.

* 처음 본 영등굿이기에 굿에 대한 기초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제주도 굿에 대해 더 공부한 다음, 다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통해 '굿'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이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경건한 의식이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뜻깊은 공연이었는데, 능력이 모자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정말 아쉽고 공연하신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뿐이다. 굿 중간중간 자세히 설명해 주신 한진오 선생님께도 죄송한 말씀 전합니다.


KakaoTalk_20220712_194740479.jpg 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 공연장(공연 전 모습)
KakaoTalk_20220712_195214013_23-1.jpg 공연장 앞 포토존에서(우리가 만든 기메를 들고)
KakaoTalk_20220712_195245872_29.jpg 신촌리 일뤠당의 궤문(동그라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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