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
비가 오는 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볼 예정이었으나, 현장 구매 표가 모두 매진되었다고 해서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명퇴 후 도서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어쩌다 마주친 신화 이야기>라는 모임을 통해 아시아 신화를 5년쯤 공부했다. 그때 창조의 신 '케찰코아틀'이니 옥수수의 신 등을 배운 기억이 난다. 그러다 보니 '아스테카 전'도 신들 중심으로 눈여겨보게 되었다.
아스테카는 14세기 초부터 16세기 초까지 멕시코 남부 지역에 자리 잡고 번성했던 국가이지만 1519년 멕시코만에 상륙한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아스테카의 문서를 불태우고는 사람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미개한 문명이라고 아스테카를 폄하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스테카 전>은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 문명을 갖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오늘날 사용하는 달력이 이들이 쓰던 것과 유사하다는 점, 의술이 뛰어나 뇌수술까지 가능했다는 점과 많은 문서가 불태워졌지만 <보르지아 고문서>나 <주시-너틀 고문서> 등을 보건대 그들의 문화가 굉장히 뛰어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스테카 사람들은 세상이 다섯 번 창조되고 네 번 파괴되었다고 믿는다고... 첫 번째 세상은 밤의 신 테스카틀리포카가 다스린 '거인의 세계', 두 번째 세상은 예술과 지혜의 신 케찰코아틀이 다스린 '바람의 시대', 세 번째 세상은 비와 풍요의 신 틀랄록이 다스린 '비의 시대', 네 번째 세상은 찰치우틀리쿠에가 다스린 '물의 시대', 다섯 번째 세상은 태양의 신 토나티우가 다스린 '움직임의 시대'라고 한다.
아스테카 사람들이 얼마나 태양을 숭배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태양이 승리하려면 강력하고 활력이 넘쳐야 한다. 북쪽과 남쪽의 수많은 별과 싸워야 하고, 빛의 화살로 별과 어둠을 모두 쫓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태양을 먹여 살려야만 한다.(알폰소 카소 '태양의 민족' 1953년)이라는 말로 전시를 시작하고 있다.
전시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스테카는 500년 전에 멸망했지만 그 문화는 여전히 살아 숨쉽니다. 현대 멕시코 문화는 아스테카로 대표되는 토착문화와 스페인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토착 종교들과 기독교, 전통 의학과 현대 의학, 토착 언어와 스페인어가 함께 공존하며, 독특한 양상으로 융합하여 멕시코 특유의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멕시코라는 국가명도 아스테카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렀던 '메시카'라는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테노츠티틀란의 상징인 독수리와 선인장은 오늘날 멕시코 국기에 그려져 있습니다. 현재 약 150만 명의 사람들이 아스테카 언어인 나우아틀어를 사용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회의 부족으로 인해 공동체를 떠난 이들도 많지만, 세계화의 변화 속에서 여전히 그들의 언어와 전통문화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500여 년의 식민과 차별의 역사에도, 멕시코의 토착문화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라며 전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몰랐던 것을 자세하게 알려준 좋은 전시였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자료를 빽빽하게 배치해 관람하기 너무 힘이 들었다. 너무 욕심을 부린 전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 배치할 자료를 줄여서 전시했더라면 더 효율적이겠다는 말씀을 전시 관계자분들께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