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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화의 뿌리를 찾아서 5

- 황다리궤당, 우렝이돗당, 자운당

by 서서희

제주신화의 뿌리를 찾아서 5

- 황다리궤당, 우렝이돗당, 자운당


사진, 글 서서희


황다리궤당으로 들어가려면 좁은 고샅길을 지나는데 이 길을 당올레라고 한다. 당올레는 당에 이르는 길이자 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 길을 지나면 황다리궤당이 나타난다. 황다리궤라고 하고 당 이름도 황다리궤당이라 부른다. 상귀 마을의 본향당으로 이곳은 바깥에 제단이 있고, 안에 제단이 있는데 두 신을 모신다. 송씨할망이라는 여신과 강씨하르방이라는 남자 신을 모신다. 송씨할망이 여신인데 좌정할 마을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사냥하던 신인 강씨하르방과 만나서 부부의 연을 맺어 여기 앉아서 이 마을의 본향당신이 되었는데, 송씨할망은 돼지고기를 안 먹는 신이고 강씨하르방은 수렵했던 신이니까 고기를 먹었다. 그래서 부정하다 해서 이혼하자고 했다 한다. 그래서 이렇게 담장을 두고 제단을 따로 하고 있다. 어떤 경우는 아예 당을 분리해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한다. 제주도 사투리로 '바람 아래로 내려서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낮은 데로 내려가라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에 초가 켜있는 이유는 전통적인 굿이 사라지면서 보살(신흥무당)들이 와서 자기들이 관리하겠다고 하고 개인적인 복을 빌면서 초를 밝혀두고 가는 경우가 생기고, 유교식 마을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은 천연 바위로 이루어진 동굴로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은 드물다고 하겠다. 지금은 낙엽이 없는데, 낙엽이 소복이 쌓여있을 때 오면 낙엽에 햇빛이 반사되면서 이곳이 보석처럼 보인다. 그리고 낙엽 밟는 소리도 너무나 아름다워 아주 환상적인 광경이 연출된다. 안쪽에 보면 누군가 십자가를 그렸다가 지운 흔적이 남아있다. 네모난 바위가 있는 이곳이 제단이고 그 뒤 갈라진 틈이 있는데 이것이 천연의 궤라고 하겠다.

제주에서 북서부 쪽으로 송씨할망이 본향당 신인 경우가 많은데 송씨할망은 서울의 '손각시' 송각시'와 유사한 말로 송각시가 제주에서는 송씨할망으로 바뀌어진 것으로 보인다. 손 없는 날의 손과 유사한 의미로 보인다.

대나무가 세워진 곳은 점집을 뜻하는 곳으로 거기에 빨간 깃발과 하얀 깃발이 세워진 곳이 있다. 이건 원래 맹인 점쟁이들만 거는 것이다. 빨간 깃발은 눈뜬 청맹과니, 하얀 깃발은 눈 감은 장님을 뜻하는 깃발이다.


다음으로 간 곳은 우렝이마을이라고도 하고 우렝이돗당이라고도 하는데 당이 사라져 버린 곳이다. 전혀 흔적이 없어졌다. 이곳은 돼지고기를 진상받던 신으로 수렵신인 경우가 많다.


여기는 광명1리 본향당인 자운당이라고 하는 곳으로 엄청 큰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태풍에 쓰러져서 그 나무가 이 당을 덮쳐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새로 정비했다. 담장이 이중으로 되어있다. 아파트촌이 되다 보니까 신앙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정비한 거는 좋은데 원형이 모두 사라졌다. 여기도 송씨할망과 그 아들을 모셨다고 한다. 여러 차례 옮겨서 이 자리가 최종적으로 정착한 곳이다. 개인적으로 찾아와 빌기도 하는 것 같다.


황다리궤당으로 가는 당올레
황다리궤당(보름웃또 송씨할망이 좌정한 곳)
왼쪽이 보름알또 강씨영감이 좌정한 곳
황다리궤당에서 바라본 제주의 파란 하늘
자운당(이중 담장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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