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관악산 계곡길을 걷다

by 서서희

친구와 함께 관악산 계곡길을 걷다


사진, 글 서서희


오랜만에 대전에서 온 친구와 함께 관악산을 찾았다. 소나기가 온다는 소식이 있긴 했지만 많은 양은 아닌 것 같아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2호선으로 낙성대역에서 서울대입구로 가는 버스를 타려니 했는데 어느새 경전철이 생겨 관악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교통편의 변화가 무척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새로운 고속도로나 도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언제 만들어졌을까 하고...

관악산은 아주 오래전 과천에서 연주대까지 올라간 경험이 있다. 그때도 쉽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오늘도 연주대까지는 무리라 여겨 입구에서 계곡으로 빠지는 길을 따라 무너미 고개까지 다녀왔다. 길도 평이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힘들지 않은 코스였고 편안한 등산로였다. 계곡에 물도 많아 보기만 해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오늘 걸은 거리가 1만 9 천보, 14킬로가 다 되어 있어 그리 짧은 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산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다. 많은 분들이 관악산을 오르내리면서 건강도 찾고 즐겁게 담소하는 광경이 대부분이었다. 중간중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기도 했다. 그런 분들의 일상은 굉장히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중간에 쉼터에서 간식을 하고 있는데 반팔 셔츠에 구두를 신고 봉지를 든 분이 지나갔다. 봉지에는 막걸리 큰 통이 두 개 들어있고 과자인지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혼자서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누군가를 만나 담소를 나누겠거니 생각하며 올라갔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 보니 그분이 그늘에 앉아 혼자서 술을 드시고 있었다. 복장이 등산복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여러 가지 추측을 했다. 퇴직을 했으나 집에는 소식을 알리지 못해 출근 복장으로 집을 나선 것이 아닌가 하고... 그래도 막걸리 큰 통 두 병은 너무 과하지 않나 걱정이 되었다.

또 다른 분들이 보였다. 계곡 중간에 텐트(하늘만 가리는 천막?)까지 치고 점심? 술? 고스톱?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관악산을 찾는 친구 말이 주말에 올 때 항상 저렇게 쉬는 것을 보았는데 평일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 저분들은 매일 관악산을 찾아 저렇게 점심을 해결하면서 낮 시간을 보내는구나 생각하니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하루 이틀은 저렇게 놀 수 있지만 매일같이 모여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관악산 초입이라 운동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 걸까? 뭔가 좀 더 생산적인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괜히 남의 일을 걱정하게 된 날이었다.


오늘은 낙성대역을 지나다 보니 과거에는 없던 낙성대(강감찬)라는 이름이 보였다. 갑자기 궁금해져 검색을 해 보았다. 낙성대는 별이 떨어진 곳이라는 뜻이고 이곳은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이었다. 예전에는 낙성대를 그냥 지명으로만 보았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감찬이 관악산의 칡넝쿨을 뽑아 관악산에는 칡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또 강감찬은 작은 체구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 바위에 동그란 발자국이 새겨졌다는 둥의 전설이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한 말이지만 그냥 지나쳤던 낙성대라는 이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좋았다.

관악산은 산 정상에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것으로 보여 '갓 모습을 한 산'이라는 뜻이 '갓뫼, 한자로 관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관악산을 오르는 초입에 호수공원도 만들어져 있고 <자하정>이라는 정자도 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자하라는 호의 조선시대 문인 신위의 두상이 있었다. 교과서에서 들어본 이름이기에 찾아보았더니 생각보다 유명한 시인이었기에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많은 시를 남겼고, 조선시대 정조, 옹방강, 정약용 등과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 젊어서 부인을 잃고 다시 얻은 부인에게서 늦게 딸을 얻었다고 한다. 두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 딸에 대한 사랑 등이 남달랐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들이 그가 남긴 시 속에 담겨 있었다.

관악산1. 관악산 삼성산의 유래, 자하 신위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산을 오르며 친구들과 우정도 나눴지만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도 오늘의 성과라 하겠다.


KakaoTalk_20220916_170941106_01.jpg 관악산 호수공원
KakaoTalk_20220916_170941106_03.jpg 관악산 맑은 계곡 물
KakaoTalk_20220916_170941106_08.jpg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사람 닮은 바위
KakaoTalk_20220916_170941106_13.jpg 맑은 물에 발 담그고 싶은 마음으로...
낙성대는 별이 떨어진 곳(강감찬의 태몽)이라는 뜻으로 강감찬이 태어난 곳이다
KakaoTalk_20220916_170941106_14.jpg 조선 시대 문인 신위의 두상(호는 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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