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두 달 살기 45

- 흰눈썹울새를 그리워하며...

by 서서희


태안 두 달 살기 45

- 흰눈썹울새를 그리워하며...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밤에 눈이 조금 내려

날이 많이 추웠다

어제보다 바람은 덜했지만...


천수만에 일찍 나갔으나

새들이 보이지 않았다

새들을 만나러 가니

물이 얼어 있었다

먹을 물이 없어서인지

잘 오던 새들도

멀리서 왔다가 얼굴만 비추고는

곧 사라지고 만다

어제 보이던 딱새도 보이지 않고

자주 나타나던 쑥새들도 거의...


'아, 물이 중요하구나'

사람에게만 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들에게도 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물이 얼면 새들도

물을 찾아 떠난다는 사실을...


흑두루미와 큰고니는

한 마리도 보지 못하고

하늘을 선회하는 독수리 여러 마리와

말똥가리, 황조롱이

참, 벼 벤 논을 지날 때 튀어 오르던

종다리 한 마리 찍었다

천수만이 휑하게 느껴졌다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와

사진을 정리하다

지난 11월 11일 찍은

흰눈썹울새 사진이 나왔다

땅에서 지네를 잡던 사진...

흰눈썹울새가

갈대나 나무에 앉기에

쑥새들처럼 씨앗이나 열매를 먹는 줄 알았다

지네까지도 먹는다는 사실은

그때 알았다


천수만은 11월인데도 날이 따뜻해서

갈두천 마을에는 철쭉도 피고

안골 과수원에는 개나리도 피었었다

새들도 많이 있었기에

그런 호시절이 오래갈 줄 알았다

그런데 바람이 불고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

그렇게 많던 새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허망해졌다


천수만에서 흰눈썹울새를 만난 건

올해가 처음인데

(다른 분께도 들은 바가 없으니...)

그동안 천수만을 지나는 흰눈썹울새를

발견하지 못한 건지

아예 천수만을 지나가지 않은 건지

알 길이 없다


내년 가을에 천수만 한 달 살기를

다시 하고 싶은데

내년에도 흰눈썹울새를 만날 수 있을지...

아니, 북방개개비나 쥐발귀개개비까지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KakaoTalk_20221202_194142571.jpg 북방검은머리쑥새
KakaoTalk_20221202_194143058.jpg 검은머리쑥새
KakaoTalk_20221202_194143231.jpg 황조롱이
KakaoTalk_20221202_194143679.jpg 독수리 여러 마리가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21202_194142087.jpg 오늘 만난 종다리(종다리가 논 가운데 들어가면 정말 찾기 힘들다)
KakaoTalk_20221202_191015196.jpg 11월 11일 만난 흰 눈썹 울새(첫 번째 지네를...)
KakaoTalk_20221202_192834685.jpg 흰 눈썹 울새가 두 번째 지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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