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 장산 독수리 식당
파주 장산 전망대 부근에는
일명 독수리 식당이 있다
독수리 식당은
매주 화, 목, 토요일 9시에 문을 연다
우리가 간 날은 화요일 9시
트럭에 10kg 고기 12박스를 싣고
사람들이 가서 논 가운데 듬성듬성
놓아주고 나왔다
가장 먼저 까치 몇 마리가 고기 근처로 왔다 갔다 하고
그다음에 까마귀들이 몇 마리, 나중에는 떼로 달려드니
그제야 멀리서 모여있던 독수리들이
슬금슬금 먹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누가 먼저 달려들 생각을 하지 않고
뒤돌아 앉아 있기만...
독수리 식당 관계자 분께서 하시는 말씀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 먹지 않습니다
사진기만 두고 비켜주시면 독수리들이 먹기 시작하니
일단 먹기 시작하면 괜찮으니
그때 찍어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들 사진기를 놓아두고 멀리 물러서니
독수리들이 고기에 달려든다
독수리들이 먹기 시작하니
어디선가 흰꼬리수리가 한 마리씩 나타난다
하늘을 배회하다 슬쩍 독수리 옆에 앉아
은근슬쩍 먹이를 빼앗아 달아난다
빼앗긴 독수리는 또 흰꼬리수리에게 달려들고
까마귀를 쫓아가 빼앗기도 하는데
화가 난 까마귀는 또 흰꼬리수리를 쫓아가기도 하고...
독수리 식당엔 독수리도 손님이지만
까치도, 까마귀도, 흰꼬리수리도 손님이다
서로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
고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
남의 입에 있는 것만 빼앗으려고 하니
두세 시간 동안 서로 뺏고 뺏기는 아수라장이...
독수리 식당을 보면서
새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인 나도 남의 것을 뺏으려 하지는 않았는지...
남이 잘된 것에 배가 아프지는 않았는지...
새보다 못한 일을 하진 않았는지...
심각하게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