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냥하는 매와 사냥에 실패한 물수리
제주 한경면 양식장 근처에
물수리가 나타난다는 정보를 얻고
일찍 한경면으로 갔다
밤새 내린 비가 그치긴 했지만
아직 구름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양식장 근처라 흑로도 있을 것 같아
찾아다녔지만 보이진 않았다
(다시 자세히 보니 먼 곳에 흑로가 있었다)
오리들과 갈매기들이 많이 보였다
물수리를 기다리며 왔다 갔다 하는데
하늘 높이 매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참이 지나 다시 나타난 매는
갈매기들 위를 낮게 날면서
겁을 주는데
처음엔 갈매기를 잡으려나 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사냥한 오리를
갈매기들이 넘봤는지
응징하는 차원에서
위협적으로 날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갈매기와 씨름하던 매는
사냥해 놓은 오리를 발에 걸고
멀리 날아갔다
먹기를 시도하다 바위에 놓아두고는
가끔 한 번씩 날아와서는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가곤 했다
매를 찍느라 하늘을 보고 있는데
시야에 들어온 다른 맹금류
어, 우리가 기다리던 물수리가
바로 머리 위에 나타났네
바람을 타고 하늘을
이리저리 날던 물수리는
물속을 내려다보며
사냥감을 찾는 듯...
오랜 시간이 지나고
한번 물속 먹잇감을 찾아
내리꽂았는데
못 잡고 빈 몸으로 날아올랐다
다시 한번 시도할 줄 알았는데
사냥에 실패해서 화가 난 건지(?)
부끄러운 건지(?)
멋쩍은 건지(?)
바로 멀리 산 쪽으로 날아가버렸다
서울로 올라오는 날이라
물수리를 못 만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물수리도 만나고
사냥하는 매도 만나고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허탕 친 시간을 모두 보상받은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