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포신도시로 옮긴 덕산중학교
1982년에 충남 광천중학교로 발령을 받아 2년 근무하다가, 서울 가까이 나오고 싶어 학교를 옮겼는데 예산 삽교 덕산중학교로 발령이 났다. 덕산중학교는 삽교역에서 기차를 내려 다시 완행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더 들어가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덕산은 수덕사나 덕산온천이 유명한데, 덕산중학교는 덕산읍내에서 고덕 방향으로 더 들어가야만 하는 곳이었고, 운동장 건너편에 덕산고등학교가 있었다.
어린 시절 공부하던 학교부터 교사로 가르치던 학교까지 다시 돌아보면서 그때의 나로 돌아가보고자 하는 생각으로 학교 순례를 시작했다. 진주국민학교, 신석국민학교, 성산중학교, 홍익여고, 숙명여대, 광천중학교에 이어 39년 만에 덕산중학교를 찾아갔다. 그런데 오늘 찾아간 덕산중학교는 다른 곳과 다르게 너무 엄청나게 변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던 시절 덕산중학교는 예산군 봉산면 하평리에 위치한 중고 통합 교장선생님이 한 분인 아주 작은 학교였다. 그러다가 2013년 충청남도 도청을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옮기면서, 덕산중학교와 덕산고등학교도 2018년에 내포신도시로 이전했다고 한다. 충청남도 도청은 주소가 홍성군 홍북읍으로 되어 있는데, 두세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덕산중고등학교는 예산군 삽교읍으로 되어 있다.
30여 년 전 근무할 때도 <광천에 가서 돈 자랑하지 말고, 홍성에 가서 권력 자랑하지 말고, 예산에 가서 힘 자랑하지 말라>는 말을 했는데, 홍성과 예산이 충남도청을 이전하면서 권력과 힘에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나 보다. 그러니 한두 블록 차이로 한쪽은 홍성이고, 한쪽은 예산이 됐으리라.
집에서 독립하고 싶어 충청남도 순위고사 시험을 봤으나 2년간 자취를 하고 나니 엄마가 해 주는 밥이 그리워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갔다. 그래서 자취집은 삽교역 앞에 얻었다. 그때는 일숙직제도가 있는데 남자교사는 보통 숙직을 하고, 여교사는 일직을 했다. 일직이 걸리더라도 토요일에 올라갔다 일요일 새벽에 비둘기호(비둘기호는 참 아득한 옛날 기차 이름이다) 첫차를 타고 내려와 일직을 하곤 했다.
삽교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면 삽교 읍내가 있고 읍내에서 자취를 한 것 같은데, 덕산으로 바로 가느라 이번에 삽교 읍내는 가보지 못했다. 그곳도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주말이면 가끔 수덕사도 가고, 덕산온천도 갔었는데 지금도 두 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하다.
그 당시 덕산중학교는 남녀공학이어서 여학생들과 친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선배 선생님이 계셨는데, 보이스카웃 활동을 하도록 이끌어 주셨다. 여름방학에는 보이스카웃 지도교사 연수도 받고, 겨울방학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보이스카웃 아이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오리털 침낭 속에 들어가 자던 기억(덜덜 떠느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도 있다. 또 그 선배 선생님은 덕산 읍내에서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셨는데 학교 운동장에서 오토바이를 타 보라고 가르쳐 주기도 하셨다. 하지만 무서워서 오토바이는 배우지 못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하루였다. 아이들이 분가하고 우리 부부만 큰집에서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 집을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교통이 편하고 병원이 가까운 큰 도시 몇 군데(천안, 춘천, 서산, 원주 등)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조성 중이지만 내포신도시도 고려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