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 제주 4‧3 사과 20주년, 4‧3 항쟁 75주년 기획전으로 이루어진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추념행사가 봉화마을에서 있었다. 전국적으로 봄꽃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을 거라 예상해 하루 전날 내려가 봉화연수원에 묵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봄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어느 구간에서는 만개한 벚꽃을 보고, 어느 구간에서는 떨어지는 꽃비를 맞았다. 특히 부곡온천지역을 지나는 길은 벚꽃 가로수길이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지나왔다.
어두워져서야 봉하마을로 들어섰다. 불빛 속에서 본 봉하마을은 벚꽃, 진달래, 라일락, 조팝꽃 등이 만개해 있었고 밤에 도착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숙소 창문으로 바라본 벚꽃과 들려오는 새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운 밤이었다.
행사는 오후 2시부터라 오전에 봉화마을 입구부터 행사가 이루어지는 묘역까지 둘러보고 돌아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부도 있었고,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묘역을 향하시는할아버지도 한 분 계셨다. 외국인도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찾아온 분들도 계셨다. 토요일이라 봉화마을이 북적북적한 느낌이었다.
행사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2시부터 이루어졌다. 헌화와 분향. 4‧3 관련 보고서 및 도서 헌정('무명천 할머니',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 '4‧3 그 진실을 찾아서', '제주 4‧3 사건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 '중학교 및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개정판'). 그리고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 상임부회장님의 편지글 낭독이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은 뒤 노무현 기념관으로 와 내빈들 소개와 축사 격려사 등이 있었다. 그리고 <순이 삼촌>을 감독한 강예명 님의 축가가 있었는데, 축가를 부르는 시간은 기념관을 멋진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시간이었다.
기념관 로비에서 2부 행사가 이루어지는 중에도 기념관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기념관으로 들어와 전직 대통령의 어린 시절과 지나온 행적들에 대해 둘러보는 분들이 많아 내 마음이 괜히 뿌듯해졌다.
3부는 다목적실에서 강의가 있었다. 제주 4‧3과 여순 10.19에 대해 주철희 박사의 특강이었는데, '역사는 기억과 기록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는 멋진 강의였다.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는 제주 4.3이 무엇이며 '학살을 명령한 대통령과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대통령'에 대해 말하고 있다. 더불어 그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 많은 사람들이 만든 전시였다. '틀낭'은 '산딸기나무'를일컫는 말이다.
이 전시는 진실을 알리고자 전국 순회 전시를 추진하는 박진우 님, 보리 아트로 4.3을 예술로 승화하고 계시는 이수진 님, 4.3 전시회를 이야기로 풀어내시는 이하진 님, 모든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남기시는 임재근 님, 여순 연구가인 주철희 님. 이런 분들의 노력으로 제주 4.3의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래서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고 계시다.
내려가는 길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제주 4.3에 맞추어 이루어진 노무현 대통령 추모 행사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행사비를 지원해 주는 데가 별로 없어 거의 대부분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로 이루어졌지만, 그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는 점에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슴이 따뜻했다.
4월 16일까지 봉하마을 노무현 기념관에서 이루어지는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