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가 춤을 춘다고?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5

by 서서희

앵무새가 춤을 춘다고?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5


글 서서희

참고한 책 <새 똑똑하고 기발하고 예술적인> 노아 스트리커


* 춤추는 앵무새 스노볼에 대한 연구

인터넷에서 '춤추는 앵무새 스노볼'이라고 치면 앵무새가 춤추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동영상을 보시고 이 글을 보시길 추천드린다.

https://m.blog.naver.com/bsk9452/130116054996?rvid=CD1AC07967247E0E2B965508428F425CE66C

심리학과 교수 파텔과 분자생물학자 슐츠는 이 동영상을 보면서 새가 훈련을 받은 건 아닌지, 혹은 카메라 밖에서 주인이 움직임을 유도하는 건 아닌지 알 길이 없었고 정말 음악에 맞춰 앵무새가 춤을 출 수 있는지 궁금해서 실험을 고안했다고 한다.

파텔과 슐츠는 답을 알아내기 위해 스노볼이 좋아하는 노래를 열한 개의 다른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음 높이는 유지하되 원곡보다 20퍼센트 느린 것부터 20퍼센트 빠른 것까지 템포를 다양하게 조정했다고 한다. 느린 속도의 곡에는 좌우로 몸을 흔들거나 즉흥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빠른 속도일 때는 곡에 맞춰 발을 위아래로 힘주어 흔들어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기본 동작은 고수했는데, 고개를 위아래로 주억거리는 것이었다고...

파텔은 각각의 동영상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 보니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고 평균적으로 원래 박자보다 동작이 조금 빨랐다. 하지만 파텔은 여전히 스노볼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했고, 스노볼이 춤을 추는 동안 단지 우연으로 그런 동시성을 보여주었을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고 판단, 그래서 슐츠를 포함한 두어 명의 공저자와 함께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인간 이외의 동물이 음악의 박자에 맞춰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적 증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인간 말고 다른 동물이 외부의 음악 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 넓은 의미에서 보면 많은 동물들이 춤을 춘다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면)

- 꿀벌은 벌집 밖에서 먹이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8자춤'을 춘다. 춤의 각도는 먹이의 방향과 그곳까지의 거리를 나타낸다.

- 방울뱀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몸을 휘감고 우아한 섬을 그리며 전투를 벌인다.

- 나미비아의 넓적주둥이도마뱀은 발이 데는 걸 피하려고 춤을 추며 뜨거운 모래 언덕을 가로지른다.

- 갑오징어는 먹이를 겁주기 위해 습관적으로 몸 색깔을 바꾸어가며 진동시킨다.

- 흰담비는 미친 '죽음의 댄스'를 추는데, 이것은 먹잇감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뇌의 감염 때문일 수도 있다.

- 긴부리돌고래가 힘차게 물 밖으로 도약하는 건 몸에 붙은 기생충을 떨구기 위해서라고 여겨지지만, 어쩌면 그냥 신이 나서 그러는 걸지도 모른다.


* 짝을 유혹하는 용도의 춤(야생 조류의 세계에서)

- 미국흰두루미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이킥을 날리고 발레리나처럼 360도 회전하는 정교한 구애 댄스를 보여준다.

- 뉴기니극락조는 머리 주위로 파리 떼 같은 검은 점들이 달랑거리는 특이한 깃털을 가졌는데, 암컷을 향해 으쓱거리며 깃털을 펼치면 꼭 어른거리는 비행접시처럼 보인다.

- 클라크논병아리들은 물에서 춤을 추는데, 한동안 서로 부리를 대고 깐닥거리다가 수중발레 선수처럼 서로의 움직임을 흉내 내고 제트보트가 미끄러지듯 호수를 가로지른다.

- 무희새류(마나칸류)는 가장 기량이 뛰어난 조류 댄서로, 수컷들은 암컷을 위해 한꺼번에 춤을 추는데 수컷 무희새들은 새들의 세계에서 가장 거창한 경연을 위해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열대우림 속, 빽빽하고 어두운 나무 그늘에 모인다고 한다.

= 붉은머리무희새는 나뭇가지 위에서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처럼 옆으로 미끄러지며 그런대로 괜찮은 공연을 하고,

= 매화날개무희새는 기계적으로 떨리는 바이올인 음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1초에 100번이나 날개를 부딪친다.(벌새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 긴꼬리무희새는 바람잡이를 이용한다. 수컷 두 마리가 신붓감 앞에서 함께 꽤 고난도의 안무를 선보이는데, 서로의 등 위로 번갈아 날아오를 때 각자 목청을 돋운다. 그런 뒤 둘 중 하나는 사전에 동의한 대로 짝짓기를 하고 다른 한 마리는 주변 수풀에 앉아 있는다. 긴꼬리무희생 수컷 한 쌍은 이렇게 5년 정도 함께 일하며 잘 나가는 댄서로 정글에서 명성을 쌓을 것이다. 리드 댄서가 죽고 백업 댄서가 새로운 연습생을 뽑아 그 자리를 물려받을 때까지 말이다.(유일하게 발견된 수컷끼리의 합동 공연이라고...)

-----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춤이 아니다. 무희새들에게는 동작은 있어도 리듬이 없기 때문이다.

----- 스노볼이 특별한 것은 이 앵무새는 어떤 음악이든, 그것이 슬로운 잼이건 경쾌하고 빠른 폴카이건 그에 맞춰 춤을 출 수 있고 일단 음악이 들리면 몸을 들썩거린다는 사실이다.


* 다른 동물들도 춤추는 능력이 있을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던 샤크너의 연구)

- 개와 고양이 등은 몇 년간 주인이 훈련시킨 것으로 보였다.

- 음악과 춤이 동시에 일어나는 기미를 보인 동영상은 서른세 개로 압축되었고 그중 스물아홉 개가 서로 다른 종의 앵무새였고, 나머지 네 개는 아시아코끼리였다.


* 앵무새와 코끼리, 그리고 인간을 인간과 가까운 원숭이, 유인원들과 갈라놓은 이유?

- 샤크너는 춤의 비밀은 성대모사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언어와 음악, 춤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명금류, 앵무새, 벌새, 고래, 돌고래, 참돌고래, 물개, 바다사자, 코끼리, 몇몇 박쥐, 그리고 인간) 이 리스트에는 예상 밖의 동물도 있고 앵무새와 코끼리도 들어 있지만, 인간 말고 다른 영장류는 없다.

- 성대모사를 하는 새의 뇌에는 음악의 박자를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 뇌의 한 부분과 유사한 변형된 기저핵이 있다. 이것이 흉내와 리듬의 연관곤계를 기계적으로 설명해 준다.

- 성대모사 가설이 사실이라 해도 큰 의미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앵무새는 탁월한 성대 모사꾼이지만 야생에서는 춤추지 않는다. 코끼리가 뛰어난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역시 야생에서는 춤추지 않는다.


* 현대 음악에 대한 두 학파의 의견

- 한쪽에서는 '음악이 생물학적으로 쓸모없는, 단지 크고 복잡한 우리 뇌 활동의 부산물일 뿐'이다.

- 다른 한쪽에서는 '음악이 적응 과정에서 인간에게 혜택을 주었기 때문에 자연선택된 것이 분명'하다.

- 다윈은 "음악을 즐기는 취미도 악보를 그려내는 능력도 실생활 습관이라는 면에서는 인간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재주이다." 하지만 그는 음악이 "모든 인간 종족, 심지어 가장 야만스러운 종족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 스티븐 핑커는 음악을 '청각적 치즈케이크'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수많은 불필요한 지방이나 기름처럼 '뇌의 쾌락 회로'를 적당히 자극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 음악에 대한 대중적인 이론 하나는 음악의 뿌리가 어머니와 아기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는 소통 방식인 '아기를 향한 엄마의 속삭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 또 하나의 다른 주장은 음악이 유혹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노래는 공작새의 꽁지깃처럼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집중적으로 선택을 받은, 구애의 정교한 의식일지도 모른다고,,,

- 다윈이 제기한 또 다른 이론은 우리가 간단한 소통 수단으로 지상의 소리를 따라한 것이 말, 문법, 그리고 현대 통사론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 심리학자 스티븐 브라운은 음악언어의 가설을 내놓았는데, 우리 진화 역사의 한 지점에서 언어와 음악은 하나였으며 같은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 인간은 친구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려고 주위를 둘러싼 세계의 소리를 모방하기 시작했다고, 이 모방은 말의 형성으로 이어졌고 점차 복잡하고 추상적인 것이 되었다. 아이들이 부모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흉내 내는 법을 배웠고, 이 소통 시스템은 대를 이어 전달되었다고 주장...


* 적어도 앵무새는 인간과 같이 있을 때가 아니면 음악이 필요 없다. 앵무새가 음악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부산물로 진화된 것이 틀림없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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