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하며...

- 어청도 한 달 살이 30일 차

by 서서희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하며...

- 어청도 한 달 살이 30일 차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오늘 첫 배를 타고 어청도를 나왔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남들은 불편한 섬에서

어떻게 한 달을 사느냐 하는데

우리 부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무슨 새가 올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 무렵이면

내일은 바람이 부는지 비가 오는지

새가 들어올 날씨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내일은 남풍이 불어서

새가 들어올 거라는 말에 큰 기대를 했지만

남풍만 불면 새들은 그 남풍을 타고

그냥 다른 섬으로 가버린다는 사실은 몰랐으니

기대한 날 아침에 새들이 없으면 실망하기도 여러 번...

그래도 무언가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즐거움을

우리는 느긋하게 즐겼다


어청도에 들어간 15일에 큰물떼새를 발견하고

그다음 날인 16일 긴다리사막딱새와 검은머리딱새를

17일엔 쇠부리도요를 발견하고는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이번 어청도 한 달 살이의 시작을 알려주는 의미로 해석했다


하지만 3일의 행운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4월 말까지는 소강상태였는데

비가 살짝 오던 날 들어온 진홍가슴이

너무나 선명한 가슴색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일이 있다


그리고는

5월 1일에 긴발톱북방긴발톱할미새를 찍은 거 외에는

귀한 새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공군의 사격연습으로 5월 3일 배가 결항된 걸 시작으로

5월 7일까지 비와 안개와 바람으로 인해

배가 뜨지 않았고

그때 새들이 많이 들어왔다

갑자기 제비가 떼로 들어왔고

제비, 귀제비, 갈색제비, 붉은배제비가 섞여 들어왔다

전깃줄에 앉은 제비만 찍다가

귀제비가 떼로 나무에 앉은 모습도 찍었다


그다음 날 벙어리뻐꾸기큰밭종다리를 찍었고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나무밭종다리노랑배솔새사촌, 조롱이

처음 만나고 사진에 담는 행운을 얻었다

제비가 들어올 때 같이 들어온다는

쇠칼새와 바늘꼬리칼새를 찍을 수 있었다


이번 기간에 새들의 사냥 모습을 보았다

때까치가 귀한 긴꼬리딱새를 사냥해

눈앞에서 긴꼬리딱새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고

그 뒤에도 때까치는 쇠붉은뺨멧새나 솔새류를

물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황로가 죽은 새 사체를 들고 기뻐하더니

그다음 날은 제비를 잡아오는 모습까지 보았다

또한 고양이가 새를 물고 가는 모습을

두 번이나 보았다


그다음으로 충격적인 건

새들이 탈진해서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검은가슴물떼새는 시베리아에서 뉴질랜드를 왕복하는데

어청도에 들어온 첫날

풀숲에 숨어서 움직이지 않으려 하더니

그다음 날에야 기운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그렇게 쉬다가 기운을 차리지만

그렇지 못하고 탈진해서 죽은 경우도 많이 보았다

제비가 떼로 들어온 날

해변에 죽은 제비의 사체

해양경찰서 앞에서 발견한 울새

테크길 제2정자 쪽 능선에서 발견한 꼬까참새

꼬까참새의 사체를 손으로 만지니

가슴 쪽에 지방이나 살이 하나도 남지 않고

뼈만 만져졌다고 한다

저수지 위 옹달샘 근처에서 흰눈썹지빠귀의 사체도,

쓰레기장 옆에서 발견한 탈진한 쇠개개비도 발견되었다

얼마나 힘들게 날아왔는지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도 먹이를 찾고

개울이든 빗물이든 물이 있는 곳이면

물을 먹으러, 목욕하러 온다는 사실을 통해

물과 먹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섬에 새를 찍으러 들어오는 분들은

새들에게 줄 먹이를 갖고 들어오는데

어떤 분은 섬을 떠나시면서 남아있는 분에게

깻묵 5킬로를 주문했으니

나중이라도 날아오는 새들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 물에 담가 뿌려달라는

부탁을 하고 나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물레새를 만난 것이 가장 기뻤다

작년에 못 본 물레새, 그리고 물레새의 엉덩이춤

오늘도 새들이 다 빠져나갔지만

배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다녀온 테크길에서

물레새를 만나 사진을 통해 인사를 나눴다


남편은 오늘 큰밭종다리와 검은머리촉새

북방검은머리쑥새와 때까치를 찍고

배를 타고 나오다가 십이동파도 근처에서

바다쇠오리를 찍었다고 한다


내년에는 조금 일찍 어청도를 들어갈 계획인데

다시 찾을 어청도에서 어떤 새를 만날지 지금부터 마음이 설렌다


바다쇠오리(배 타고 나오다 십이동파도 근처에서)
큰밭종다리
쇠검은머리쑥새인 줄 알고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북방검은머리쑥새 여름깃
검은머리촉새
오늘 만난 물레새

<물레새 엉덩이춤>

https://blog.naver.com/seollam/223099671595

새를 찍는 사람들을 가장 설레게 했던 긴다리사막딱새
너무나 붉은색 진홍가슴
이렇게 잘 익은 흰눈썹울새를 만나러 왔다 만나지 못해 이틀 뒤에 다시 들어오신 분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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