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 장릉 소쩍새
지난 일요일 파주 장릉에서
소쩍새 세 마리가 이소한 후 둥지에는 막내만 있었다
일요일에도 금방이라도 나올 듯
나왔다 들어갔다 하기에
장릉이 쉬는 월요일에는 이소 했겠거니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9시에 입장했는데
처음엔 둥지에 새끼가 보이지 않기에
이소 했다고 생각...
성조나 이소한 새끼가 근처에 있을까 찾아보니
가까운 나무(둥지가 있는 곳 가까이)에 성조가 있었다
성조가 있다는 건 새끼가 주변에 있다는 의미라
새끼를 찾으니, 웬걸 둥지에서 머리를 내미네
'막내가 아직 이소 안 했네'
다들 신기해서 쳐다보았다
오늘도 막내는 금방이라도 이소 할 듯
몸이 반은 밖으로 나와
이쪽 나무로 뛸까, 저쪽 나무로 뛸까
눈을 돌리며 거리를 재다가
'어머, 무서워. 안 할래!'
들어가기를 100번은 한 것 같다
아침 9시부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나올 듯 말 듯, 나올 듯 말 듯
애를 태우는데
나오려다 들어가서 1시간 낮잠
또 나오려다 들어가서 1시간 낮잠
오늘은 이소를 안 하겠다고 거의 포기할 순간에
몸도 내밀고 날개도 펴고 발톱도 둥지에 걸치고
몇 번을 망설이다
어느 순간 훌쩍 날았다
셔터를 눌렀지만 사진으로는 찍지 못하고
다행히 동영상에서만 이소 순간을 한두 컷 건졌다
이소에 성공한 막내는
처음엔 저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미를 찾는 듯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보고
나무를 기어올라 자리를 잡더니
'엄마, 나 잘했지?' 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두리번두리번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는지
성조는 여전히 나무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소에 성공한 막내를 찍다가
퇴장시간이 다 되어서 하루를 마감했다
하루종일 기다리느라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퇴장시간 전에 성공했기에
모두들 마음 편히 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