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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투티의 여름 나기

- 수원시민농장 후투티 흙 목욕(?)

by 서서희

후투티의 여름 나기

- 수원시민농장 후투티 흙 목욕(?)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수원시민농장 해바라기 밭에 방울새를 보러 갔는데

해바라기를 베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많은 방울새 속에 후투티 한 마리가 있었다


처음엔 나무에 앉은 모습만 찍었는데

어느 순간 해바라기 밭에 내려앉는다

'후투티도 해바라기 씨앗을 먹나?' 하는 생각이 들어 쫓아가니

웬걸, 흙을 파고 있다

흙 속에서 먹이를 찾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흙을 파내 자기 몸에 뿌리고 있다

참새가 모래로 목욕을 하는 건 봤지만

후투티가 흙으로 목욕을 하는 건 처음이다


털 고르기를 하고 깃 단장을 하더니

밖으로 나온다

그러더니 날아가서 먹이를 찾아 다녔다

어느 순간 그늘 밑에 들어가더니 또 털퍼덕 엎드린다

날개까지 활짝 펴고서...


그제야, 아하!

후투티도 더워서 그러는 거구나

조금이라도 차가운 곳에서 열을 식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흙을 파 들어가면 시원한 기운이 돌고

그곳의 흙을 몸에 뿌려 목욕 수준으로 땅에다 몸을 비비고

깃털 정리를 하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늘 밑에 있는 돌바닥도 다른 곳보다 조금 차가운 듯

바짝 엎드리는 모습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오늘 수원 시민농장은 나무 밑은 바람이 불어 시원하지만

나무가 없는 곳은 33도 이상이라고 생각된다

여기 시민농장에 한 마리 있는 후투티가

혼자서라도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 대견했다


올해 밖에서 일하는 분들 중에 온열환자가 많았다는데

후투티처럼 슬기로운 방법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DSC_1194.jpg 해바라기를 제거한 밭에 들어가더니...
1.jpg 흙을 계속 파면서 흙 목욕을 한다
2.jpg 온몸에 흙을 뿌려대면서...
DSC_2273.jpg 그늘 아래서도 땅에 엎드려 날개를 쫙 펴고 엎드린다
DSC_2342.jpg 기운 내서 먹이도 잡고...
4.jpg 후투티 먹이 먹는 방법
5.jpg 날아오르는 후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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