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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새가 해바라기 씨앗을 먹는 게 쉽지 않더라

- 수원 시민농장 방울새들의 전쟁

by 서서희


방울새가 해바라기 씨앗을 먹는 게 쉽지 않더라

- 수원 시민농장 방울새들의 전쟁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수원 시민농장에 해바라기가 예쁘게 피어 있고

그 위로 방울새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해서

날은 덥지만 수원 시민농장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 해바라기를 베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베어낸 흙바닥에서

해바라기를 찾는 방울새만 찍고 있는데

일하시던 분이 베어낸 해바라기를 가져다

나무 봉 위에 얹어 주신다


그러자 방울새가 날아와 일단 나무 봉 옆 줄에 앉는다

슬금슬금 해바라기 가까이 가다가 다시 돌아오고

그렇게 몇 번을 시도하다가 올라가 해바라기를 먹는 방울새도 있고

시도만 하다 용기 내지 못하고 날아가는 방울새도 있고

혼자만 먹고 함께 먹자고 날아오는 방울새를 쫓는 새도 있고

같이 먹자고 날아오는 새를 받아주는 새도 있고

먹다가도 자동차가 지나가면 모두 도망쳐 날아가는데

자동차가 와도 꿈쩍하지 않고 먹는 방울새도 있었다

방울새들이 하는 행동이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나 똑같아

사진을 찍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방울새들이 해바라기 씨앗을 좋아하기에

그냥 꿀꺽 삼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씨앗을 파내서 입에 물고

몇 번에 걸쳐 겉껍질을 깨서

속 알맹이만 먹는 거였다

사람은 손을 쓰지만

방울새는 부리로만 깨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거기에 다른 방울새를 위협해 쫓아내야 하니

먹는 것보다 떨어뜨리는 것이 더 많아 보였다

해바라기 씨앗이 저렇게 많아도

먹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봉 밑에서는

해바라기 씨앗 알맹이를 먹이는 어미와 새끼가 보였는데

먹고 나서도 더 달라고 날개를 퍼덕이며 쫓아다니는 새끼...

아직 부리가 덜 자라 해바라기 씨앗을 깨물 힘은 없는가 보다


해바라기 씨앗을 더 먹기 위한 방울새들의 전쟁터
해바라기 씨앗을 차지하기 위한 방울새들의 전쟁
용감하게 달려드는 방울새
"너만 먹니, 나도 먹자!"이거나 "야, 너 안 비켜!"이거나...
해바라기 씨앗을 여러 번 깨물어 안에 있는 것을 빼내려고 한다
여러 번 깨물어 가운데 방울새가 해바라기 씨앗을 꺼냈다
어미 방울새가 새끼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먹이고 있다
금방 먹고 나서도 배고프다고, 더 달라고 쫓아가며 어미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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