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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Sep 04. 2023

나와의 약속 '필사'

- 동화 필사 197일

나와의 약속 '필사'

- 동화 필사 197일



글 서서희


박달도서관에서 진행된 동화창작프로그램 「나의 인생 나의 동화」에 참여했다. 2월 16일부터 5월 25일까지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동화작가인 정란희 작가님과 15주에 걸쳐 줌 수업 12회, 대면수업 3회가 진행되었다. 5주 동안 에세이 한 편, 그다음 5주 동안 그림책 한 편, 그다음에 동화 한 편을 완성해야 하는 고난도 수업이었다. 20명 정원으로 출발하여 최종적으로 17명이 남았다. 그리고 8월 31일 문집을 발간하고 기념회를 가졌다.


- 인생 동화 소개하기(내가 꼭 쓰고 싶은 이야기)

- 우리 동네(집)에서 일어난 일을 7 문장으로 쓰기

- 신춘문예 당선작 필사하기

- 에세이 첫대목 쓰기

- 에세이 완성하고 발표하기

-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대면수업)

- 상상력과 관점, 신화 그리고 옛이야기(스토리와 플롯)

- 동화창작 요소와 단계(소재 잡기와 얼거리 키우기)

- 동화의 주인공(캐릭터 잡기)

- 스토리 구성(사건 만들기)(대면수업)

- 동화적 문체(배경과 정황에 따른 묘사)

- 동화의 구조 1(구조의 중요성)

- 동화의 구조 2(어떻게 시작하고 끝맺을 것인가?)

- 문체와 해법, 주제

- 동화 완성하기(창작한 동화 낭독하기)(대면수업)


정란희 작가님이 소개한 강의 계획서를 처음 받고 수강생들은 다들 입이 벌어졌다. 15주에 걸쳐 한 편의 동화를 완성할 거라는 생각을 갖고 모였는데 과연 세 편이 나올 수 있을까 모두 반신반의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힘주어 강조한 것이 「필사의 힘」이었다. 매일 5 문장 정도를 필사하면 글 쓰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었다. 수강생들과의 단톡방에 매일 한 편의 동화 중 일부를 필사해서 올리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필사해서 단톡방에 올리고 글을 공유했다. 그렇게 15주 마지막 수업일까지 나는 89편의 동화를 필사했다. 동화나 그림책을 한 편 읽고 5 문장 정도를 손글씨로 필사하다가 내용이 좋으면 한 페이지 정도를 필사했다. 수업이 끝나는 5월 15일 나름 뿌듯하게 필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그동안 쓴 작품을 작품집으로 만들어 8월 31일에 문집발간기념회를 할 것이기에 그때까지 오픈채팅방을 유지할 거라고... 수업은 끝났지만 필사를 계속하면 좋을 거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앞으로 3개월을 더? 이제까지 해 오던 필사가 끝났다고 좋아했는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금까지도 필사하기 쉽지 않았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나는 '해 보자!' 하고 필사를 계속했다. 

수업 중간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동화를 필사해 보면 신춘문예의 경향을 알 수 있다고 해서 2년간 각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된 동화를 필사하면서 두 페이지를 채우게 되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5 문장이나 한 페이지로는 제대로 된 필사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8월 31일까지 필사를 끝내고 세어 보니 197일이었다. 볼펜으로 쓰다가 손가락이 아파 가볍게 힘을 주어도 잘 쓰이는 펜을 찾게 되었다. 손가락 통증이 조금은 덜해졌다. 

동화도 쓰고 그림책도 쓰고 신춘문예 작품도 썼다. 유아용, 저학년용, 고학년용, 청소년소설 등 가리지 않고 썼다. 일단은 다 읽은 다음 처음을 베끼기도 하고, 마지막을 베끼기도 하고, 중간중간 좋은 부분을 베끼기도 했다. 

필사를 하면서 정말  「필사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느끼고 배웠다. 힘들긴 했지만 머리로는 배운 게 많다

- '글의 처음에 사건을 일으킨 인물이 글의 끝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 수미상관.' 

- '글에 있어 첫 문장이 중요하다'

- '소재가 중요하다' 등등


이제 197일의 필사가 끝났다. 이제는 배운 걸 토대로 내 글을 써야 한다. 나의 동화를... 이제부터 또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잘 될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그동안의 필사가 내 부족한 부분을 메꿔 주리라는 믿음은 있다. 아자 아자 파이팅!!!


202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지하철역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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