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등밭종다리, 검은딱새, 황조롱이
오랜만에 공릉천으로 나갔다
황금들판이어야 하는데
유난히 누런 벼들이 많아
가까이 가서 보니
벼 잎사귀에 검은 반점이 많다
그런 반점이 많은 논은
다른 곳에 비해
푸른색이 아닌 누런색으로 보인다
예년에도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친 건지
올해만 유난히 병든 벼가 많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일 년 내내 땀 흘리며 가꾼 벼들이
병이 들어
보고 있는 나도 마음이 아픈데
가꾼 분들은 얼마나 더 마음이 아플까
다니면서도 ㅠㅠ
돌다 보니 고랑 사이에
작은 새가 들어갔는데
한참을 기다리니
조금씩 다가온다
흰등밭종다리라고 한다
하지만 풀들에 가려
간신히 한두 장 찍을 수 있었다
다른 새를 볼까 하여
차로 여기저기 다니는데
전신줄에 앉은 황조롱이
가깝게 앉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조금 더 가니 검은 새가 날았다
기다란 봉 끝에 앉은 건 검은딱새 수컷
풀 꼭대기에 앉은 건 검은딱새 암컷
검은딱새는 지나가는 새라
어느 날은 보였다가
어느 날은 안 보인다
그래도 딱새 종류는 꼭대기에 앉아
먹이를 찾는 습성이 있어
사진 찍기 쉬운 새에 속한다
지금쯤이면 도요들이 많아야 할 공릉천인데
올해는 바늘꼬리도요만 잠깐 봤고
무논이 없어서 그런지
꺅도요를 보지 못했다
벼가 익어가는 계절인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해가 쨍쨍 나야 할 시기에 내린 비로
농사를 망칠까 걱정이 된다
황금들판을 기대하고 나간 오늘은
마음이 개운하지 못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