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 검독수리, 솔잣새, 수리부엉이
남편이 2박 3일 보고 왔다는 새들을 보기 위해
나도 함께 김제로 내려갔다
검독수리, 솔잣새, Isabelline 때까치, 수리부엉이
새벽 4시에 출발했는데
평택을 들어서기 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충청도로 들어서서는 앞이 부옇게 보일 정도로
매우 많은 눈이 내렸다
급기야 대설 경보가 내리고...
김제에 8시쯤 도착하니
검독수리를 기다리는 차들이 대여섯 대...
준비된 오리(?) 사체를 향해 차를 대고 준비하는데
나무에서 날아오는 검독수리
앉으려다 다시 돌아간다
조금 후 다시 내려와
사체를 뜯기 시작한다
뜯다가 날아가고,
독수리에 쫓겨 날아가고 하기를 반복
오늘은 그래도 세 번 내려왔다
눈이 쌓인 나무에 전신이 보이게 앉기도 하고
사진 찍기 좋은 포즈를 두 번 취해주었는데
아이구머니나, 그러면 뭐 하나?
내리는 눈에 초점이 맞아
건질 사진은 하나도 없는데...
오늘은 눈이 내려 눈만 호강했다
검독수리를 찍다가
새만금환경생태단지에 있다는
솔잣새와 Isabelline 때까치를 보러 갔다
도착해서 들어가려 하니
폭설로 야외는 입장 불가라고 한다
장화를 준비했다는 말도 무색하게
입장할 수 없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솔잣새 백여 마리가 주차장 나무에 앉아
물 대신 눈도 먹고
솔방울도 먹고...
Isabelline 때까치는 못 봤지만
전등사와 강릉에서
높은 소나무 가지 위에 있는
점으로만 본 솔잣새를
여기 새만금환경생태단지 주차장에서는
가까이서 원 없이 실컷 보았다는 사실...
검독수리를 찍은 강 건너편에
수리부엉이 둥지가 있다고 하여
나오는 길에 찾아갔다
교회 뒤 절개지에 있다는데
아무리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알을 품고 있다는 암컷도
둥지 옆을 지킨다는 수컷 수리부엉이도 찾을 수 없었다
4시가 넘어 포기하고 나오려다가
남편은 지난번에 어두워질 무렵
수컷 수리부엉이가 나타나서 찍었다고...
할 수 없이 5시가 넘도록 차에서 기다렸다
5시도 훨씬 넘으니 어디서 '부엉, 부엉' 하는 소리가 들려
기다리니 수컷 수리부엉이가 날아온다
셔터를 눌렀지만 날이 어두워져
시커멓게 나온 사진 몇 장만 건질 수 있었다
서울 근교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는 걸 보지 못하다
오늘은 눈 구경도 원 없이 하고
상고대도 보고
눈밭에 앉은 검독수리도 보고
솔잣새도 보고
1타 4피는 못하고 1타 3피만...
좋은 풍경을 눈으로는 봤는데
정작 제대로 된 사진은 한 장도 못 건진 날이다
결론!
오늘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눈만 호강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