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해도 네무로 : 이것은 여우인가, 개인가?
북해도 네무로에는 물고기 먹이를 뿌려주어
먹이를 두고 다투는 새들 사진을 찍게 하는 곳이 있다
얼린 물고기를 두세 박스 뿌려 놓으면
까마귀도 오고 솔개도 오고
흰꼬리수리도 오고 참수리도 온다
멀리 두루미 세 마리도 보이는데
두루미에게도 먹이를 준다고...
네무로는 바다가 인접한 곳으로
예년 2월 정도면 꽝꽝 얼었던 곳인데
일본도 이상기온 탓인지
눈도 적게 내리고 얼음도 제대로 얼지 않아
올해는 가까운 곳에 먹이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
이상기온 탓에 가까운 곳에서 먹이를 두고 벌이는
참수리와 흰꼬리수리 간의 쟁탈전이 볼 만했다
다만 하얀 눈이 없고 바닥이 지저분해서
공중에서 이루어지는 새들의 날샷(뺏고 뺏기는)을 찍기 좋았다
그렇게 다들 참수리, 흰꼬리수리를 찍느라 정신없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여우가 나타났다
찻길 건너에서 유유히 건너왔다는 여우는
참수리나 흰꼬리수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새들을 위협해
커다란 물고기를 세 마리나 훔쳐갔다
한 마리는 카메라가 몰려있는 곳 앞에서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엎드려서 물고기를 뜯어먹었다고 한다
그걸 본 사람들이 말하기를
'여우가 아니라 개가 하는 행동 같다'라고...
(서 있는 곳이 달라서 우리는 못 보았지만...)
물고기 한 마리를 먹고
여우는 다시 새들 사이로 들어가
새들과 으르렁대며 싸워
기어코 물고기 한 마리를 더 낚아채서는
이번에는 먹이를 입에 물고 찻길을 건넜다고 한다
차들이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찻길 건너에는 빽빽이 나무가 많아
그곳에서 새끼를 키우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여우가 낚아채 간 물고기는 세 마리라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여우를 본 것도 신기한데
새들과 대적해 물고기를 빼앗아 가는 진기한 광경을 보니
야생에서는 살기 위해 먹이를 뺏고 뺏기는 전쟁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진 찍는 사람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물고기를 뜯는
네무로의 여우는 여우인가, 개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