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청도를 떠나는 날의 해프닝
어제는 오후에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비도 많이 왔기에 더 이상 탐조를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4시 무렵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나와
사람들이 새를 보러 모두 밖으로 나왔다
비바람이 세찼기에
혹시나 길 잃은 새들이 왔을까 싶어
모두 테크길로 갔다
테크길에 들어서서 얼마 가지 않아
울새를 만났다
그동안 옹달샘에서도, 테크길에서도
울새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실물을 보기는 거의 한 달 만에 처음이었다
때까치만 여러 마리 힘차게 날아서
작은 새들이 위험할까 봐걱정이 되었다
작년에 긴꼬리딱새를 물고 올라온 때까치로 인해
모두 경악한 일이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니 눈앞에 커다란 새가 와서 앉는다
조롱이인가, 새매인가 하면서 찍었다
혹시라도 귀한 새일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붉은배새매 어린 새라고 해서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나오는 길에는 방금 들어온 물레새도 보고
흰꼬리딱새 암컷도 봤다
5월 16일 배가 결항이라는 군산 항만 앱을 보고
나가려고 했던 사람들 모두가 내일은 나가지 못할 테니
귀한 새라도 더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남편은 새를 찾으러 나가고
나는 무심결에 배가 뜨는지 궁금해서 카페를 들어가니
오늘 정상운항이라는 문자가 떴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들어와서 짐을 싸야 한다고 하니
놀란 남편은 부리나케 들어왔고
그때부터 짐 싸기 전쟁이었다
한 달간 살림살이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몇 개의 박스에 넣자니 적지 않은 양이었다
짐을 다 싸서 차에 실어놓고
우리 차가 나갈 수 있을지는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카메라를 들고 새를 찾아다녔다
어제 본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마을길도 돌고 테크길도 돌았지만
오늘도 여전히 때까치만 많이 보였다
유채꽃에 앉은 밀화부리와 어제 본 붉은배새매도 보고
어디를 갈까 망설이는데
저수지 쪽에 검은다리솔새가 있다고 해서
어청도를 떠나는 기념으로 귀한 새를 보게 되나 하고 좋아했다
저수지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렸지만
자주 나와서 예쁜 포즈를 취해주는 맹구 눈썹 쇠개개비만 찍었다
차도 나갈 수 있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배에 올랐다
나오는 길에 바다 위를 나는 새를 만날까 하여
1시간 여를 배 위에서 살폈지만
갈매기만 날고 다른 새는 보지 못했다
하루 이틀 더 있고 싶었지만
내일 배가 안 뜰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오늘이라도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늦게 들어와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시간이 너무 늦었다
어청도 한 달 살이 마무리는 내일 해야겠다
아, 어청도에서는 힘들어도 즐거웠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