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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May 26. 2024

화성 소묘

- 위험한 장소에서 포란 중인 장다리물떼새, 흰물떼새

화성 소묘 

- 위험한 장소에서 포란 중인 장다리물떼새, 흰물떼새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물이 들어오면 도요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여

새벽 6시 10분이 만조인 매향리로 향했다


그런데 새가 앉을자리를 남기지 않고

오늘은 물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도요 몇 마리 정도는 보일 줄 알았는데

물떼를 못 맞춘 건지

도요들이 있을 시기를 못 맞춘 건지...


혹시나 하여 매향항으로 갔더니

바다 위 스티로폼 위에 앉은 노랑부리백로

갑자기 날아와 눈앞에 앉는다

한참 바닷물 속을 노려보더니

작은 고기 한 마리를 잡는다

서너 번 고기를 잡는 데 집중하다가

성에 차지 않는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래도 꿩 대신 닭이라고

노랑부리백로라도 찍었으니 다행이라고...


화성 7공구로 들어와

장다리물떼새가 둥지 튼 곳이 그대로 있는지

알아보려고 갔다

남편이 열흘 전쯤 갔을 때

둥지 튼 것을 보고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곳에 가 보니 양 옆으로는 모두 벼가 심어져 있었다

장다리물떼새 둥지를 보호하려는 농사짓는 사람의 배려인지...

올해 농사를 안 짓는 곳이면 다행이고

새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물 댄 논에 흑꼬리도요 두 마리가 앉았다 날아간다

찍기 전에 날아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찾아다니는데

길 한가운데 흰물떼새 두 마리가 보인다

찾아보니 자갈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알 세 개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

차에서 기다리니 어미가 와서 알을 품는다

차바퀴자국을 피해서 만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해 보인다

무사히 포란과 육추에 성공하길 빌면서 자리를 떠났다


흑꼬리도요는 찾지 못한 채

시끄럽게 우는 개개비와

갈대 위에 열심히 올라가는 개개비사촌만 만나고

흐려지는 날씨에 포기하고 돌아왔다,

장다리물떼새와 흰물떼새를 걱정하며...


장다리물떼새 둥지
금방 써레질 작업을 할 논에다 둥지를 만드는 장다리물떼새
이미 만든 두세 개의 둥지에서는 알을 품고 있었다
알 세 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장다리물떼새 둥지(먹이활동을 간 건지...)
장다리물떼새 둥지에서 눈으로만 본 흑꼬리도요 두 마리(집에 와서야 찍힌 걸 발견했다)
차가 다니는 길 옆에 만든 흰물떼새 둥지(알 세 개가 자갈 틈에 놓여 있다)
어미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
이미 나와서 돌아다니는 새끼(많이 컸다)
매향항에서 만난 노랑부리백로
노랑부리백로 날샷
한참만에 작은 고기를 입에 물고...
갈대 위에서 우는 개개비사촌(꼬리에 하얀 무늬가 있다)
목청껏 울어대는 개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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