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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안 탐조 1박 2일

- 양양 황조롱이(루시즘), 대진항 쇠가마우지, 포항 흑기러기, 검둥오리

by 서서희


강원도 동해안 탐조 1박 2일

- 양양 황조롱이(루시즘), 대진항 쇠가마우지, 포항 흑기러기, 검둥오리사촌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새가 있는 줄 알면서도 그동안 가보지 못했다

이번에 한꺼번에 보려고 길을 나섰다


일단 양양으로 황조롱이(루시즘)를 보러 갔다

황조롱이가 있다는 곳을 갔는데

차가 세 대 정도 있어

새가 떠난 건 아니라는 안심이 되었다

아침 8시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분이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해서 불안했지만

잠시 후 어디선가 날아와

호버링을 하는 황조롱이를 만났다

잠깐 보고 없어진 황조롱이는 한참 멀리 날아가

농원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했는데

잠시 후에는 반대쪽 방앗간(혹은 축사?) 처마밑으로 들어갔다

황조롱이가 전봇대나 나무 위에 앉는 건 봤어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건 처음 보았다

황조롱이 호버링도 찍고

전봇대에 앉은 것도 찍고 지붕에 앉은 것도 찍었기에

자리를 이동해서 아야진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서

아야진으로 가는 걸음이 무거웠다

아니나 다를까

아야진해변에는 갈매기도 별로 보이지 않고

흰줄박이오리도 보이지 않았다

귀뿔논병아리가 있다는 곳에도 갔는데 보지 못했다


다시 대진항으로 달렸다

다행히 가마우지 두 마리와

바위에 앉아있는 쇠가마우지 한 마리를 보았다

쇠가마우지는 녹색 광택이 있는데

햇빛을 받아야 색깔이 선명하다

대진항에 도착했을 때는

건물의 그림자가 바위를 가려

색깔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다


내일을 기다릴까 하다가 바람이 불면

포항에 새로운 새가 나타날까 하여

포항에 가서 숙박을 하자고 했다

네비로는 4시간 반이 걸린다고 했지만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고 하다 보니까

11시가 다 되어서 포항에 도착했다


아침 어스름할 때 바닷가로 나가니

멀리 바위에 흑기러기가 보였다

날이 더 밝아지면 찍자고

검둥오리사촌을 보러 갔다 못 보고 오니

바로 눈앞 해변에 흑기러기가 물을 먹고 있었다

일단 인증을 하고 해가 밝아지기를 기다렸다


포항에 계시는 진사님 말씀이

흑기러기는 해초류를 먹는데

해초류에 염분이 있어서인지

가까운 해변에 올라와 민물을 먹는다고 한다

(흰줄박이오리는 해변에 올라오지 않는다고...)

그래서 민물을 먹으러 올 때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오전 내내 흑기러기를 찍고

(똑똑한 중학생 덕분에 갈매기와 흰갈매기도 찍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흑기러기가 북풍(?)을 타고 날아간 것 같다고 한다

그동안 떠날 바람을 기다리느라 이곳에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고...


나오는 길에 청림 해변을 들렀는데

바닷가 지형이 너무 바뀌었다

새가 숨을 만한 풀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모래가 덮은 건지, 사람들이 제거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태풍을 피해 새들이 내려오더라도

숨을 곳이 없어 걱정이 됐다

올라가면서 흰머리검은직박구리가 있던 곳이나 가보자고 했다

피라칸사스 열매가 아직 많이 달려있고

직박구리가 많이 모여 열매를 먹고 있었지만

흰머리검은직박구리는 보이지 않았다


결혼기념일을 빙자하여 나간 동해안 탐조에서

보고 싶었던 황조롱이(루시즘)와 흑기러기를 만나 즐거웠다

흰머리검은직박구리는 못 보았지만

그래도 제주도 여행에 비해 성공한 여행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여행 중에 무안 사고 소식을 접해

여행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호버링 하는 황조롱이(루시즘)
양양에서 만난 큰말똥가리
쇠가마우지(해가 지고 있어서 형광색 빛이 안 난다)
날개를 펴고 내려앉는 흑기러기
흑기러기(진주목걸이를 한 것 같은 흑기러기)
갈매기
흰갈매기
강릉 경포호로 만나러 갔다 두 해 실패한 검둥오리사촌(아주 가까이에서 잠깐 만났다)
뒤뚱뒤뚱 걸어오는 홍머리오리
흰머리검은직박구리(남편이 1주일 전에 찍은 사진인데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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