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동고비(루시즘), 흰눈썹뜸부기, 알락해오라기
흰동고비가 있다고 하여 수원으로 갔다
장소는 안산과 맞닿은 당수동 쪽
건너편이 왕송호수, 황구지천이다
흰동고비가 있는 비탈길을 내려가니
박새, 곤줄박이, 어치, 동고비 등
새들이 엄청 날아다닌다
땅콩과 잣을 눈 속에 숨겨 놓으니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온다
냄새가 나는지 눈 속에서도 잘 찾아낸다
다 먹는 것 같지는 않고
입에 물고 나뭇가지 틈에다 숨기고
또 찾으러 온다
숨겨놓은 먹이를 나중에 다 찾아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흰동고비도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여기에도 숨기고 저기에도 숨기고
바쁘게 날아다닌다
2013년 광교산 꼭대기에서 흰동고비를 찍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흰색이 더 깨끗했던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흰동고비를 찍다가 황구지천으로 넘어갔다
황구지천에는 흰눈썹뜸부기와 알락해오라기가 있다고...
도착하자마자 풀 속에 숨어있는 흰눈썹뜸부기를 만났다
하지만 잠깐 얼굴만 보이고 풀 속으로 들어갔는데
잘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저 멀리서 흰눈썹뜸부기가 보인다
흰뺨검둥오리들과 어울려 언덕을 오르내린다
분명히 이쪽 풀 속에 숨었는데
언제 저리로 갔을까?
왕송호수 지킴이 하시는 말씀
흰눈썹뜸부기가 두 마리라고...
두 마리를 한꺼번에 본 게 아니지만
여기에서 보이고 저기 멀리에서도 보이니
축지법을 쓰지 않는 이상 두 마리인 것 같기도 하다
알락해오라기를 찾으러 여러 사람이 다녔지만
오늘은 안 보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신다
못 보나보다 체념하고 있는데
황구지천 한참 아래에서 알락해오라기를 찾았다는 소식에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뛰어가니
풀 속을 살금살금 다니는 알락해오라기가 보였다
사냥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는데
물고기 잡기가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눈을 다쳐서 그런가 헤매는 것 같았다
너무 뛰어다녀 힘이 들어서 먼저 올라왔는데
나중에는 두 번이나 사냥에 성공했다고 한다
나는 차에서 쉬다가 잠깐 나왔는데
그때 흰눈썹뜸부기가 나타나서
달려가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흰눈썹뜸부기는 물 속에 죽어있는 잉어를...
이리저리 건드리다 내장 하나를 입에 물고 달아나는 흰눈썹뜸부기
그 뒤를 이어 쇠물닭 세 마리가 또 잉어를...
힘들다고 쉬느라 알락해오라기 사냥 장면은 못 봤지만
남들이 보지못한 흰눈썹뜸부기는 보게 되었다
날이 풀려 오늘은 봄 같은 날씨였다
수원과 황구지천을 오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