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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33%의 성공

- 검은머리멧새와 검은가슴할미새사촌은 실패

by 서서희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33%의 성공

- 검은머리멧새와 검은가슴할미새사촌은 실패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3박 4일로 제주도를 가기로 했다

하지만 미기록종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제주도를 포기하기로 했는데...

취소하자니 손해가 너무 커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1박 2일로 일정을 줄여서 가기로 했다

그것도 서울에서 일이 있어

12시 반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예약한 상태라

꽉 찬 1박 2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검은머리멧새를 보고자 한 여행이니

그 새만 보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갔다

3시가 넘어 날씨도 우중충한 가운데

검은머리멧새를 만나러 가니

7시부터 와 있던 분이 새를 못 보고 떠났다고 한다

그래도 기다리기로 했는데

11시부터 와 있던 분도 4시쯤 포기하고 떠나고

우리는 6시 너머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새들의 움직임이 없어

할 수 없이 내일 한번 더 와 보기로 하고 숙소로 왔다


다음날 해 뜨면서 그곳으로 다시 갔지만

분명 새들이 풀숲에 숨어서 내는 소리는 들리는데

새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더군다나 참매가 밭 한가운데 앉아있다 날아가니

작은 새들이 보일 리가 있나...

한 시간쯤 찾다가 포기하고 나왔다


두 번째 장소는 검은가슴할미새사촌

남편이 먼저 왔을 때 보았으니

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찾아갔는데

바람이 심해서인지 직박구리만 다니고

다른 새들은 보이지 않았다

찬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다가 또...


세 번째 장소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가 있다는 곳에 갔다

만조가 2시 40분이라고 만조가 되면 새가 이동한다고

그전에 가야 새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달려갔다

남편이 먼저 하루 코스로 내려와 발로 뛰어다닌 곳을

오늘은 차로 이곳저곳 찾아다니다가

멀리 갈매기 무리 속에 있는 새를 발견했다


바닷가 바위 갈매기 무리에 섞여 쉬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바람이 심하게 부니 파도는 하얀 포말이 일고

바다 색깔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새의 붉은 부리가 인상적이었다

무슨 일인지 갈매기들이 날기 시작하면서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도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먹이활동을 하러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려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검은머리멧새나 검은가슴할미새사촌을 기다리느라고

시간을 더 지체하다 여기에 도착했다면 붉은부리는 못 만났을 거라고...

도착하자마자 새를 만나서 우리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있으니 한번 더 새를 찾아보자고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눈앞에 툭 떨어지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눈앞에 잠깐 앉았다 금방 멀리 있는 바위로 날아가 나중에는 점으로만 찍혔다


그만 찍고 남은 시간을 노형동에 있다는 녹색비둘기를 찍으러 갔지만

2월 말에 찍었다는 녹색비둘기는 3월 초순인 현재는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를 내려오면서 보고자 했던

검은머리멧새와 검은가슴할미새사촌,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33% 성공률이기는 해도

그래도 가까운 곳에서 파란 바다와 하얀 포말을 배경으로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날샷까지 찍을 수 있어서

짧지만 보람찬 제주 출사였다


이번에 보지 못한 두 마리 새는

올해 어청도에서 만나지 않을까 하는 당찬 기대를 해 본다


KakaoTalk_20250308_210301885.jpg 갈매기에게 당차게 소리 지르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KakaoTalk_20250308_210302010.jpg 갈매기 사이에 앉아있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KakaoTalk_20250308_210302373.jpg 아주 가까이에서 만난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KakaoTalk_20250308_210302196.jpg 똥을 싸면서 날아가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KakaoTalk_20250308_210302829.jpg 파도가 치는 바위에서 날아가려고...
KakaoTalk_20250308_210301422.jpg 바다 멀리 먹이 활동을 하러 날아가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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