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녹색비둘기
2, 3년 전 제주도 한라수목원에
녹색비둘기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도에 내려간 기회에 한라수목원을 두 번 찾았다
하지만 봤다는 때 바로 내려오지 않아서인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작년 10월에 대만 시내 공원에
귀한 새들이 많다고 해서 간 적이 있었다
대만에 내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해 공원과 동물원 등을 돌아다녔다
보고 싶었던 새가 푸른눈테해오라기와 녹색비둘기, 까치딱새 등이었다
푸른눈테해오라기와 까치딱새는 쉽게 만났지만
녹색비둘기는 만나지 못했다
대만에서는 녹색비둘기를 꼭 만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올해 울산에 녹색비둘기가 나타났다고 하여
남편은 바로 울산에 내려가 세 번의 실패를 만회했다
나도 보고 싶었지만 그때는 내려가지 못했다
이번에 부산에 일이 있어 갔다가
내려간 김에 울산에 들렀다 오기로 했다
부산에서 일을 끝내고 울산으로 달려가 1박을 하고
아침에 새가 있다는 공원으로 갔다
먼저 번에 남편이 녹색비둘기를 발견한 곳으로 갔지만
녹색비둘기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는데 몇 사람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하는 말을 들으니
현지 사람들 같았고 어제도 찍었다는 말이 들렸다
무조건 그분들 뒤를 쫓아가니
먼저 찍은 곳에서 한참을 들어가는 곳이었다
이곳 공원에는 종가시 나무가 많은데
녹색비둘기는 이곳에 있는 종가시 나무에서
4-5일간을 머물고 있다고 말하신다
가까이 가서 살피니
녹색비둘기는 높이 앉아 있어서
배만 보이고 형체만 알 수 있는 정도였지만
그거라도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서울에서도 오고 의정부에서도 오고
사람들이 몰리니 현지인 하시는 말씀이
어제 녹색비둘기가 물 먹으러 내려왔는데
사람들이 없어야 내려온다고...
그러니 잠깐 얼굴만 보고 멀리 비켜야 한다고 했다
사진기를 들고 서 있으면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새를 찾으려 모이고 핸드폰을 들고 찍고 하다 보니
오전 내내 새는 나무 위에서 졸기만 했다
오후가 되어서도 새가 움직이지 않자
일부 사람들은 배만 나오는 녹색비둘기를 찍고 돌아갔다
오후 2-3시쯤 되니 새가 슬슬 움직이다가
날아서 얕은 다른 나무에 가서 앉았다
전신이 다 보이는 곳을 찾아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이제 자리를 비켜주면 물 먹으러 내려올 거라고 해서
다들 기다렸지만 녹색비둘기는 내려오지 않았다
4시가 넘으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해서
많은 분들이 포기하고 돌아갔다
우리는 혹시나 하고 5시 반까지 기다렸지만
내려오진 않았다
그래도 얕은 나무에 앉은 녹색비둘기의 전신을 찍었기에
만족하고 돌아왔다
세 번을 실패하고 찍은 녹색비둘기는
나뭇잎 색깔과 비슷한 녹색이라
찾기 힘들긴 하지만
얼굴과 목은 노란색에 가깝고 날개가 짙은 녹색이라
햇살이 잘 비치는 곳에서 보면
너무나 예쁜 색이 나온다
중국, 대만, 일본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새로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물게 만날 수 있는 새이기에
눈으로 직접 본 것만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 종가시 나무는 우리가 참나무라고 부르는 나무인데 아랫녘에서는 종가시 나무라고 한다고. 열매는 도토리인데, 녹색비둘기는 이 열매를 좋아해서 울산 대공원에 이 나무가 많아 열매를 다 먹을 때까지 오래 머물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