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뿔제비갈매기, 초원수리, 긴부리도요를 보고 오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나라로 날아 와
짝을 찾고 육추를 시작하는 새가 뿔제비갈매기이다
올해도 두 마리가 찾아왔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처음 본 사람은 두 마리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었다는데
우리는 오전 일찍 한 마리, 한참 후에 또 한 마리를 만났다
오전에 만난 뿔제비갈매기는 K55라는 노란색 밴딩을 하고 있었고
나중에 만난 뿔제비갈매기는 PB라는 하얀색 밴딩을 하고 있었다
뿔제비갈매기는 먼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쉬기 위해 해안으로 오는 것 같다
고개를 파묻고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털 고르기를 하기도 하고
짝을 찾는지 소리를 내는 동작도 하고
바닷물에 몸을 적셔 목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날아가면 어디로 가는지 알기 어려웠다
점심을 먹고 김제로 넘어갔다
지난번에 김제에서 해 넘어갈 무렵에 긴부리도요를 봤다
하지만 어두워지는 시간이어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오늘은 해가 있을 때 만나기 위해 서둘러 간다고 갔는데
가는 동안 날이 흐려져 4시쯤 되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가 오기 전까지 긴부리도요를 만나긴 했지만
먹이활동을 열심히 하느라 긴 부리가 나온 얼굴을 찍기 어려웠다
멀리 이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원수리는 지난번과 같은 자세로 풀밭에 앉아 쉬고 있었다
먹이가 놓아져 있는데도 배가 부른지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까치 세 마리가 날아와 초원수리의 먹이를 탐내자
얼른 날아가 먹이를 발에 달고 옮겨 와서는
털만 뽑으면서 먹는 척하다가 날아가 버렸다
오늘의 주된 목적은 뿔제비갈매기를 만나는 것이었으니
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이 너무 빠져 아주 멀리 있는 모습만 보았지만
전 세계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뿔제비갈매기들이
올해도 번식에 성공해 그 수가 불어나길 빌고 또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