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박, 마라도 2회

- 슴새를 처음 보다

by 서서희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올해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소멸된다고 해서

제주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연휴 기간에 자리가 없어

연휴 전에 부랴부랴 자리를 찾았더니

가는 날은 저녁 비행기만 가능했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저녁 비행기로...


다음날 일찍 마라도를 예약했는데

새들의 이동시기에 마라도는 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지만

시기적으로 이동은 거의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도 꿈과 희망을 갖고 송악산 여객터미널로 갔는데...

하루에 마라도 들어가는 배가 4편 있는데

바람 때문에 10시 배만 뜨고

12시 반에 나오는 이 배가 막배라고 한다

2시간 동안 얼른 마라도를 돌아 나와야 하는 일정

가는 게 다행이라 생각하고 배를 탔다

바람이 몹시 불어 배가 많이 흔들렸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 중 멀미가 심한 학생들은

얼굴이 핼쑥해져서 봉투를 들고 갑판에 나와 있었다


우리는 슴새를 찾으려고 갑판 위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동안 수없이 마라도를 들어갔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슴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같은 배에 탄 분 중 탐조인이 하는 설명 왈

제주도 앞바다에 멸치 떼가 보이는 5월에

멸치 떼를 따라 슴새들이 온다고 한다

많은 경우엔 바다 위에 500여 마리가 앉아있기도 한다고...

올해는 멸치 떼가 조금 늦게 보였다는 설명

우리는 신나게 슴새를 찍었다

쇠부리슴새도 있었으면 했지만

내 사진에는 찍히지 않고(2만여 장을 살폈지만 ㅠㅠ)

남편 사진에만 한두 장 보였다


마라도에 들어가서 한 바퀴 돌았지만

칡때까치만 보이고 특별한 새가 없었다

마라도 성당을 지나 마지막 코스로 올라가는데

하늘을 나는 새가 보였다

처음에는 제비인 줄 알았는데 칼새였다

얼마나 빠른지 잘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가능한 대로 초점을 맞춰 셔터를 눌렀다

집에 와서 보니 몇 장만 제대로 건질 수 있었다


아쉽지만 마라도를 뒤로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남아 다른 곳을 보러 갔지만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점점 빗발이 굵어져

아무것도 못하고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만 사고 돌아왔다


다음날은 성산 쪽과 종달 해변을 가기로 했지만

지금 같아서는 새들이 없어서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내일은 배가 제대로 뜰 테니

마라도를 한번 더 들어가 늦게까지 있자고 일정을 잡았다


좀 더 긴 시간 마라도에 있을 거로 생각하고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이 배가 막배입니다"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어제보다 바람이 덜 분다고 생각했지만

마라도에 도착하니 바람이 어제보다 더 심하게 불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슴새라도 열심히 찍자고 하니

어제보다 슴새가 더 많이 보여 다행이었다

마라도까지 가는 30분 동안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마라도에 도착해 한 바퀴 도는데

칡때까치만 보이고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성당을 지나는데 남편이 '벙어리뻐꾸기'라고 소리친다

이제 방금 들어온 벙어리뻐꾸기는 가까이에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벙어리뻐꾸기를 찍는데 그 옆으로 검은바람까마귀도 앉아있었다

바람이 심하니 새로운 새들이 막 들어오나 보다

배가 떠날 시간은 다 됐는데...

남편과 나는 배를 타러 가면서 다른 길로 살피면서 가자고 했다

나는 내려오면서 금방 들어온 꾀꼬리 두 마리를 눈으로만 보았다

나중에 사진을 살피는데 멀리 찍은 한 장이 보였다

남편은 긴꼬리딱새 암컷을 찍었다고 한다

새들이 막 들어오고 있으니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많이 만날 것 같은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라도를 다녀온 후 남원에 들러 매를 보고

성산 쪽으로 가 흑로를 보고 비행기를 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슴새와 칼새를 만난 것만으로 만족하고 돌아온 제주 여행이었다


DSC_7112.jpg 자리돔으로 보이는 물고기를 슴새가 잡았는데 뒤따르는 슴새에게 쫓기다 물었던 고기를 떨어뜨리고 만다
DSC_3348.jpg 낚싯줄을 매달고 있는 쇠부리슴새(슴새는 배가 허옇고 쇠부리슴새는 배가 어둡다)
DSC_9309.jpg 칼새(허리가 흰 칼새만 보였다)
DSC_2425.jpg 칡때까치(마라도에 몇 개체가 있는 것 같다)
DSC_2479.jpg 긴꼬리딱새 암컷
1.jpg 멀리 앉은 꾀꼬리(선명한 노란색 꾀꼬리 두 마리를 눈으로만...)
DSC_9704 - 복사본.jpg 벙어리뻐꾸기
DSC_2136.jpg 검은바람까마귀
DSC_3477.jpg 남원에서 만난 매
2.jpg 커다란 광어를 한 입에 억지로 넘기는 흑로
DSC_6349.jpg 송악산에서 만난 방울새(둥지를 지으려는지 나뭇가지 껍질을 벗겨 입에 물고 있다)
DSC_5993.jpg 종다리 어린 개체(엄마를 부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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