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이하의 추위 속에서

- 수염오목눈이, 흰올빼미, 큰회색올빼미, 긴꼬리올빼미, 긴점박이올빼미

by 서서희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작년에 남편이 찍어온 수염오목눈이와 느시를 보고 싶어 중국에 갔다

춥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추운 줄은 몰랐다

다찡이라는 곳은 영하 21도

후룬베이얼은 영하 33도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바람이 없어 견딜 만했다

옷을 서너 개 껴입고 핫팩으로 중무장을 하고 군밤모자를 쓰고

양말도 두 개씩 겹쳐 신고 발바닥 핫팩과 발가락 핫팩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온을 했지만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끝은 끊어질 듯 아팠다

나중에는 장갑 속에도 핫팩을 넣는 요령이 생겨 좀 나아졌다

후룬베이얼에서 흰올빼미를 찍을 때는 거기에 계신 분들이 장갑을 꼭 끼라고 당부를 했다

맨손으로 쇠라도 잘못 잡으면 큰일 난다고...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분이 손가락이 얼어붙어 눈으로 겨우 떼어내야 했다

(손가락이 얼으면 따뜻한 게 아니라 차가운 걸로 녹여야 한다고...)


첫날은 하얼빈으로 가서 다찡이란 지역으로 이동, 하루를 자고 일찍 수염오목눈이를 보러 갔다

수염오목눈이는 갈대 속에 사는 작은 새로 수컷은 검은 수염이 있고 암컷은 수염이 없다

새들은 눈 위에도 앉고 갈대에도 앉고 부들에도 앉았다

많은 새가 한꺼번에 날아와 사이좋게 먹이를 먹기도 하고 서로 싸우면서 먹기도 했다


오후에 간 곳은 아주아주 넓은 들판에 있는 느시를 보러 갔는데 느시 다섯 마리가 있었다

그곳은 올 겨울 느시 사십 여 마리가 찾아왔는데 지금은 이십여 마리만 남아있다고 한다

우리는 다섯 마리만 볼 수 있었다

느시들은 먹이 활동을 하기보다는 들판에 앉아 쉬다가 천천히 걸어 이동을 하곤 했다

한국에 들어온 느시는 어린 개체들이었는데 여기 느시는 성조들이라고...


느시를 찍은 후 다찡에서 저녁 기차를 타고 하이리얼 역까지 가기로 갔다

8시간을 가야 하기 때문에 침대 차로 예약했는데 대기라고 뜨다가 느닷없이 딱딱한 의자로 예약이 되었다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기차가 만석이라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마 다찡이 큰 도시라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만석이었던 것 같다

두세 정거장 뒤에는 기차가 텅텅 비어 침대칸이 아니더라도 누워서 갈 정도로 한가로워졌다

우리가 탄 기차는 28시간을 운행하는 기차이고 하이리얼이 종점이라고...

중간에 승무원이 교대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아마 세 번째 교대라고 짐작된다


아침 5시쯤 도착해서 간신히 세수만 하고 흰올빼미를 보러 갔다

눈 쌓인 넓은 들판을 차로 돌며 흰올빼미를 찾았다

한참을 찾았는데 어느 곳에서인지 횟대 위에 앉은 흰올빼미 암컷이 보였다

먹이를 던지면 천천히 비행하면서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채가곤 했다

영하 35도의 추위라 오래 찍을 수가 없어 한두 시간만 찍고 이동했다

개인집(양과 말 등을 키우는 목장. 낙타도 있었다)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으면서 몸을 녹였다

그곳에는 작은 새들이 많이 나는 모습이 보였는데 흰날개종다리도 보고, 노랑배박새도 보았다

해변종다리와 흰멧새도 있었다는데 떼로 몰려다녀서 찍지 못했다

갑자기 금눈쇠올빼미가 있다고 해서 달려나가 앉은 모습만 찍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오니 사라져버렸다


강추위 속에서 하루 더 흰올빼미를 찍고 4시간을 달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은 후룬베이얼이라는 곳으로 흰올빼미가 있는 곳보다 조금 덜 추웠다

그런데 자는 사이에 눈이 엄청 내려 밖에 나오니 한 30센티 정도가 쌓여 있었다

거리에는 눈 치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고 제설차들이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우리는 눈 덮인 삼림공원 안으로 들어가 큰회색올빼미를 찾았다

나무에 앉아 있을 때는 어느 게 새인지 전혀 구별이 안 됐으나

먹이를 찾아 날아오는 모습을 보니 큰회색올빼미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작은 카메라로도 화면에 꽉 찰 정도의 크기였다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긴점박이올빼미를 찾으러 갔다

전봇대에 앉아 있는 걸 몇 번 보았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없어져 버려

올 때쯤에야 간신히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긴꼬리올빼미를 찾아갔다

숲 속에 앉아있다가 먹이를 발견하곤 눈밭 한가운데 있는 횟대로 내려왔다

그리곤 눈 속을 뒤져 먹이를 찾아 횟대로 올라가 먹는 걸 찍었다

두 번째는 먹이를 낚아서 먹지 않고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안내하는 분 말씀이 먹이를 숲 속에 숨겨놓으러 가는 거라고 했다

동고비 같은 작은 새들이 가을에 먹이를 숨긴다고 하는데 긴꼬리올빼미도 그런 지능이 있나 보다


하이리얼 공항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북경에서 인천 오는 비행기로 환승해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눈 때문에 공항으로 가는 길이 막힐 것 같아 일찍 서둘러 떠났다

하지만 가장 빠른 길인 고속도로 쪽 출입을 막고 있었다(눈을 치우느라?)

다른 길을 찾아 열심히 돌아돌아 어느 구간에 도착했는데 길이 꽉 막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비행기를 놓치면 어쩌나 운전하는 분도 한숨을 푹푹 쉴 정도였다(한 곳에서 2시간 정도 지체)

나중에 보니 커다란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사고 난 차를 견인하려다 길이 막힌 것 같았다(견인에는 실패한 듯)

공항까지 3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6시간 걸려서야 간신히 도착,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번 중국 탐조 여행은 너무 추워서 고생, 또 사건 사고도 많았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잊을 정도로 정말로 환상적인 여행이었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나무가 빽빽해서 눈 쌓인 모습이 멋지기도 했지만

농사를 짓고 난 넓은 땅이 하얀 눈으로 덮이니 멋진 풍경(상고대)이 눈앞에 펼쳐져서였다

보고 싶은 새를 보아서 좋기도 했지만 눈 쌓인 멋진 풍경을 본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이번에 목표종은 흰올빼미, 긴꼬리올빼미, 긴점박이올빼미, 큰회색올빼미였는데

그 외에도 수염오목눈이, 느시, 노랑배박새, 흰날개종다리, 긴꼬리홍양진이, 금눈쇠올빼미까지

찍었다

여행을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DSC_0349.jpg 갈대를 붙잡고 선 수염오목눈이 수컷
DSC_5640.jpg 눈 덮인 넓은 들판에 앉아 있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흰올빼미
DSC_5082.jpg 노랑배박새
DSC_4056.jpg 잠깐 있다 사라진 금눈쇠올빼미
DSC_6255.jpg 수염이 나 있는 느시 성조
DSC_6266.jpg 먹이를 찾느라 호버링을 하고 있는 긴꼬리올빼미
DSC_3784.jpg 먹이를 발견하고 날아오는 큰회색올빼미(엄청 커서 카메라 화면이 꽉 찼다)
DSC_2163.jpg 엄청난 수로 몰려다니는 흰날개종다리
DSC_8634.jpg 전깃줄에 앉은 긴점박이올빼미(아주 잠깐 얼굴을 보여줬다)
KakaoTalk_20251220_220348751.jpg 긴꼬리홍양진이(홍방울새도 섞여 있었다는데... ㅠㅠ)
KakaoTalk_20251220_172158235.jpg 눈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랜만에 나간 탐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