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20
1. 털갈이 이클립스
- 새들은 털갈이를 한다. 건강하고 윤기 나는 새 깃털을 얻기 위해 묵은 깃털을 미련 없이 벗는다. 하지만 털갈이는 단순히 외양의 변화가 아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때 새들은 일시적으로나마 날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걸 ‘털갈이 이클립스’라고도 한다. 날아오름을 멈추고 깃털이 다시 자라기를 고요히 기다리는 순간을 묘사하는 멋진 은유다.
→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마음껏 슬퍼하고 회복할 시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털갈이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시련을 마주할 때마다 ‘이클립스’의 시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2. 멧비둘기 부부의 팀워크
- 암컷 오리는 ‘독박 육아’를 하고, 섭금류(도요, 물떼새 종류) 새들은 수컷이 ‘독박 육아’를 한다. 깝짝도요는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한 뒤, 두 개의 둥지에 알을 하나씩 낳고 각자 둥지를 하나씩 맡아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운다. 이유는 추운 지역에서 새끼를 키우기 적합한 기후가 지속되는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멧비둘기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협력해 새끼를 키워낸다. 이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 암컷이 모든 걸 책임진다는 생각은 허구다. 암컷이 ‘독박 육아’를 하고 수컷은 멋만 부리는 경우도 있고, 수컷이 ‘독박 육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새들은 대부분 부부간 평등한 역할 분담과 협력을 생존의 지혜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자. 그것도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3.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작은 습관들
- 새들은 습관의 동물이다. 때에 맞춰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시며 낮잠을 자는 것은 물론, 정해진 시기에 구애를 하고 번식하며 새끼를 기른다. 철새들은 계절에 따라 먼 길을 날아간다. 이렇게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살아간다.
→ 새들은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때,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하루하루는 소소한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될 거라고, 그러니 이제라도 일상을 살아가며 자연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까? 눈, 코, 귀, 모든 감각을 활짝 열고 자연을 깊이 느껴보자. 그런 순간들이 우리 삶을 채울 때, 일상의 권태는 들어설 틈이 없을 테다.
4. 길을 잃었을 때 스스로 방향을 찾는 힘
- 기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유목 민족인 몽골인들은 철새의 본능적인 방향감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 큰뒷부리도요는 봄이 되면 북극 지방으로 날아가 번식을 한다.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무려 1만 1천 킬로미터 이상을 쉬지 않고 날아간다. 이렇게 쉼 없이 비행하는 동안 뇌가 절반만 잠에 든다고 한다.
-뻐꾸기는 자신의 새끼를 다른 새에게 맡겨 대신 키우게 하는 독특한 번식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끼 뻐꾸기는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새끼 뻐꾸기는 어느 날,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남아프리카를 향해 날아가 여섯 달을 머문 뒤, 자신이 부화한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 새들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활용할 줄 안다. 유목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그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것은 퇴보를 의미하고 그 간극은 기술의 발전으로도 메워지지 않는다. 어느 날 여행길에서 GPS가 고장난다면?
5. 가족을 이루는 다양한 방식
- 인간의 윤리적 잣대로 보면 뻐꾸기는 부모로서 낙제점이다. 암컷과 수컷은 오로지 번식을 위해서만 만나고 헤어진다.
- 양부모 새들은 본능대로 부모로서의 자기 역할을 충실하다.
- 황새는 새끼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되면 곧바로 독립시키지만 사회적 유대가 강한 거위는 새끼가 알에서 나와 첫 번째 겨울을 날 때까지 함께 생활한다.
- 새들 부모는 새끼에게 독립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모질게 대하기도 한다.
-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어떤 동물도 자신이 늙었을 때 자식이 돌봐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자연이 정의하는 가족은 새끼를 가장 효과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협력 관계이다. 인간에게 가족은 단순한 혈연 공동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거위나 황새에게 가족은 성장 과정에서 잠시 거치는 한 단계일 뿐이지만 인간에게 가족은 필수적인 공동체이다. 제비 가족에게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면?
6. 진정한 용기에 대하여
- 힘과 권력의 상징인 독수리로 말하자면 울음소리는 처량하고 노인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며, 안전 지상주의여서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강력하고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사용할 뿐,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 유럽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앙증맞은 새인 꼬까울새야말로 진정한 싸움꾼이다.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며 다른 새가 자기 땅을 밟는 걸 몹시 싫어한다. 어찌나 호전적인지 창문이나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조차 침입자로 여겨 맞서 싸울 정도이다.
- 용맹함을 상징하는 새라면 수탉이나 수컷 거위를 꼽을 수 있다. 수컷 거위는 자기 영역에 들어온 사람의 종아리를 물어버릴 만큼 사납다. 반면 수탉은 화려한 깃털과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암탉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위험이 닥치면 닭장에서 정복자처럼 으스대던 모습을 온데간데없고, 잔뜩 겁을 먹고는 요란스럽게 울어대며 허겁지겁 도망치기 일쑤다.
→ 겉모습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는 종종 신체적 힘과 내면의 용기를, 허세와 위엄을 혼동한다. 새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작은 새들이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작은 새들이 믿는 것은 오직 자신의 집념과 결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