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보다, 편한 사람이 되고 싶다

by 송승호


우리는 살아오며 참 많은 기준을 붙잡고 산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도 그중 하나였다.
배려해야 하고, 예의 있어야 하고, 분위기를 맞춰야 하고,
말을 잘해야 하고,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를 잃어버린 적이 많았다.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싫다고 말해야 할 순간에도
“괜찮아요”라고 웃어넘긴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삶을 오래 버텨보니 이런 마음이 든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편한 사람이 되는 게 더 어렵구나.
그리고 더 소중하구나.

편한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
침묵이 흘러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나의 속도를 억지로 끌어올리거나
내려놓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있을 때
내 마음은 살짝 풀린다.
긴장을 놓고, 숨을 쉬고,
내 모습 그대로 머무를 수 있다.
그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이제는 정말 안다.

요즘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애쓰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감정이 편안한 사람으로 살면 된다.”

억지로 친절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관계에서도 가지치기를 한다.
말이 너무 빠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
내 말을 끊거나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
에너지를 자꾸 빨아가는 사람과는
조금씩 거리를 둔다.

반대로
말없이 물을 한 잔 건네주는 사람,
내 한숨을 듣고도 조용히 기다려주는 사람,
내 속도를 존중해 주는 사람들과는
오래, 천천히, 깊게 이어가고 싶다.

좋은 사람으로 살려고 할 때는
늘 마음이 바쁘고 복잡했다.
하지만 편한 사람으로 살려고 하니
비로소 숨을 돌릴 틈이 생긴다.

삶이 더 단순해지는 느낌.
사람 때문에 흔들리는 일이 줄어드는 느낌.
괜히 나를 미워하거나
억지로 참는 시간이 줄어드는 느낌.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힘을 빼고 다가올 수 있는 사람.
말이 많지 않아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진짜 ‘좋은 사람’ 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이렇게 다짐한다.
좋은 사람보다, 편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나도 나 자신에게 가장 편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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