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

by 송승호

내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
예전엔 쉬는 것도 조급했다.
금세 회복되고, 바로 다시 달릴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쉼은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쉼은 속도를 늦추고,
마음이 완전히 숨을 고를 때 비로소 시작되었다.

천천히 쉬어야 깊어진다.
조급한 쉼은 피로만 더할 뿐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천천히 쉬며 내 마음의 계절을 알아갔다.
어느 날은 흐렸고, 어떤 날은 바람이 불었다.
그 모든 날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내 안에도 조용한 햇살이 머물렀다.

쉼이 깊어질수록 나 자신에게 솔직해졌다.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무언가 성과를 내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처럼,
쉼은 나를 텅 비게 했고,
그 빈 공간에 작지만 단단한 용기가 자라났다.

그래서 이제는 조급한 쉼을 내려놓는다.
충분히 머물고, 충분히 쉬어야
비로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천천히 쉬는 연습을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지금도 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