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by 송승호


살다 보면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괜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많이 친한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사람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대단한 말을 해준 적도 없다.
어떤 날 내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저 조용히 끝까지 들어줬을 뿐이다.
중간에 말을 끊지도 않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하고
한 번 더 물어봐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또 어떤 날은 내가 실수를 했는데
그 사람은 괜히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굳이 그 일을 꺼내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 주었다.
그때 느꼈다.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건
대단한 말이나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사람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이
더 큰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나를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괜히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들은
말이 많지 않다.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상대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거창한 사건으로 깊어지기보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같다.
짧은 대화,
가볍게 건넨 한마디,
그리고 조용히 들어주는 태도.
그런 것들이 모여
어느 순간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일까.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일까.
괜히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마음이 편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괜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사람.
어쩌면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사람은 왜 비교하며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