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빠른 게 좋은 거’라고 믿었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고, 빨리 해내고,
시간을 쪼개 써야만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내 속도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디에 그렇게 급했는지도 모르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깨닫게 됐다.
빠르다고 해서 늘 좋은 건 아니었다.
서둘러 끝낸 일은 마음에 남지 않았고,
너무 빨리 달린 길에선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지나친 적도 많았다.
느린 걸 두려워하던 내가
이제는 천천히를 배우고 있다.
느리게 걷는 산책길에서,
오래 바라보는 노을 속에서,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은 책 한 권 속에서.
느림은 때때로
가장 깊은 쉼이 되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뒤처지지 않아도,
그저 나의 속도로 살아가면 된다는 사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빨리’가 아니라,
“느려도 괜찮아.”
조급함을 내려놓고 나를 믿어주는 그 한마디가
오늘도 나를 다독인다.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하루,
그 하루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된다.
‘왜 이리 느리지?’ 자책하던 내가
‘그래, 지금 이게 내 속도야’ 하고
나를 다독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가 아니라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속도.
그 속도로 살아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