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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조용한 쉼이었다

by 송승호

글은 조용한 쉼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글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저 책을 읽는 게 목표였고, 읽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글을 써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잔잔한 위로가, 내 안에서 천천히 글이 되고 싶어졌다.


처음엔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몰랐고, 내 글이 과연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몇 줄이라도 적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글을 쓰는 시간은 어느새 나를 쉬게 해주는 고요한 틈이 되었다.


글을 쓰며 나는 나의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돌아보는 짧은 문장 속에서,

내 안의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나로 있을 수 있는 쉼의 시간이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글을 쓰는 시간 속에서 나를 쉬게 하고

있었다는 걸 글쓰기는 내게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게 해주는 또 하나의 쉼이었다.

글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조금씩 풀어낼 수 있었다.

말로는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글로 적으면 이상하게도 솔직해질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은 마치 혼자만의 작은 명상 같았다.

조용한 공간에서, 조용한 마음으로

내 안의 소리를 듣고, 천천히 단어로 옮기는 그 과정이 나에게는 큰 위로였다.


어떤 날은 속상한 감정을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어떤 날은 고마운 마음을 적으면서 스스로 따뜻해졌다.

그렇게 글은 내 감정의 물길을 따라 흘렀고,

나는 그 안에서 나를 다독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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