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다 보면
늘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버스 소리, 신호등, 사람들의 발걸음,
모든 것이 나를 밀어낸다.
그래서 나는 가끔,
자연 속으로 도망치듯 향한다.
도시의 소음을 잠시 등지고,
나무가 자라는 소리를 들으러 간다.
산길을 걷거나
호숫가에 앉아 있으면
몸도 마음도 천천히 풀려간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곳은 쉼을 아는 장소다.
바람은 항상 제 속도로 불고,
꽃은 아무런 이유 없이 피고 지며,
물은 흐르는 대로 흐른다.
나는 그 모든 자연스러움 속에서
‘억지로’ 했던 내 삶의 방식들을 되돌아본다.
애써 잘 보이려던 순간들,
쉼 없이 나를 몰아붙이던 시간들.
자연은 말없이 가르쳐준다.
“그렇게 안 해도 괜찮아.”
“있는 그대로도 충분해.”
푸르른 숲길을 걷다 보면
나는 점점 말이 줄고,
마음속 소리가 또렷해진다.
마치 자연이 내 안의 소음을
하나씩 지워주는 듯하다.
그리고 문득,
내가 살아 있다는 게 느껴진다.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웃고,
발에 밟힌 낙엽 소리에 놀라고,
흙냄새가 좋다고 말하는 순간들.
그 짧은 장면들 속에
삶의 본질이 숨어 있다는 걸
자연 속 쉼은
그 어떤 말보다 강한 위로다.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더 이상 정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나는 오늘도,
작은 풀잎 하나에 마음을 얹고
바람이 스치는 방향에 따라
조금은 느슨해진 채
나를 맡겨본다.
그렇게,
자연에 머물며 나는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런가 하면,
나는 요즘 또 다른 방식으로 쉼을 이어간다.
바로, 기록이다.
작은 노트를 하나 들고 다닌다.
아주 짧은 말 한 줄,
길을 걷다 본 풍경,
그날의 기분 같은 것들을 적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어디에 내보낼 것도 아니다.
그저 나만 아는 감정의 자리,
내 마음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다.
예전엔
글을 쓸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바쁘고, 할 일이 많고,
쓸 만큼의 뭔가가 내 안에 없다고도 느꼈다.
기록은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머물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걸.
하루의 끝,
잠들기 전 몇 분이라도
노트에 마음을 풀어놓으면
그날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
“괜히 마음이 서운했던 날.”
“그래도 잘 버텼다.”
이렇게 짧게 적는 말들 속에
내가 있다.
지나치면 흘러가버릴 감정과 장면들을
글로 붙잡아두는 일.
그건 나를 잊지 않게 하는 연습이다.
기록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이자,
삶을 음미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삶이 흐르고 있다는 걸,
내가 이 시간을 잘 살아내고 있다는 걸
조용히 증명해 주는 흔적이 된다.
무언가를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보다 먼저
자기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주는 것,
그게 기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하루의 조각들을 천천히 모아 본다.
말로 하지 못한 감정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생각들,
그 모든 것을
작은 종이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잠시
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