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란 Oct 27. 2021

오감의 기억에 대하여

25살 베프 친구들과 일년을 모아 첫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매달 5만원씩을 모으고 일년 후에 각자 조금 더 보태어 마침 친구중 한 명의 사촌언니가 필리핀 여행사에 다니고 계셨어서 보라카이로 고고했습니다. 보라카이의 뜨거운 태양 아래 파란 하늘과 속이 비치는 바닷속 에메랄드빛 물결 그리고 화이트비치 맨발에 닿는 보드라움 두 번의 맛사지. 한 번은 노천에 돗자리깔고 코코넛 오일 맛사지 받는 것을 두 배의 웃돈을 제시하여 우리들의 숙소로 부탁드렸습니다. 셋이어서 스위트룸에 묵는 행운을 누렸는데 침대 세 개 나란히 누워 시원한 에어컨 아래 받았던 코코넛 오일 맛사지의 감흥이란 후훗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겁니다. 다른 한 번의 맛사지는 황제맛사지 였는데요, 한 사람당 두 사람이 해주는 진주 크림을 발라주면서 해주는 손길은 절로 몸이 나른하게 만들어주었답니다.

개인적으로 먹는 즐거움이 최고의 즐거움이라 여기는 한 사람입니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하면 상큼한 먹거리가 생각납니다. 샐러드피자가 떠오릅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느껴지는 그 상큼함은 아 이 순간 다시 떠오르게 만듭니다. 침샘이 고입니다. 직장 동료들과 먹고 맛있어서 다음 월급날 1호선 만원 지하철 속 민폐를 끼치며 두 판을 사들고 손들엇 벌 서는 자세로 귀가했던 퇴근길의 장면이 머릿속에 스쳐갑니다.

저는 후각이 약합니다. 냄새에 아주 둔감합니다. 그렇지만 아주 강한 냄새는 느낍니다. 이를테면 삭힌 홍어의 코끝에 전해지는 톡 쏘는 알싸함이라던가 초밥에 지나친 와사비의 강렬함, 아! 압력밥솥 뚜껑을 열었을 때 밥 냄새는 식욕을 당깁니다.

조용함을 좋아합니다. 이어폰의 볼륨도 높게 올리지 않습니다. 귀가 울리는 느낌이 드는게 싫습니다. 텔레비젼의 볼륨도 숫자 9정도가 좋습니다. 더 높이면 집중이 힘듭니다. 안경원에서 일할 적에 옆 가게가 실내공사를 했습니다. 드릴 뚫는 소리에 하루종일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 때 사람이 소음에 노출되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지 피부로 실감했었답니다. 어떤 사람은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겠다 말하는데 저는 고요함이 오히려 좋습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줘서 좋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약점이자 강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