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상훈 May 04. 2024

6화 : 맥도날* 흑묘



 시부야에 있는 맥도날*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포장해다가 걸으면서 먹고, 에비스에 가면 점심으로 소바를 먹자는 계획이었다.


 “치나미니 나겟또노 소스와 바베큐데.“

 “아.. 하이!”


 일부러 키오스크 대신 사람을 보며 주문했는데 내가 뭔가 잘못 말한 걸까, 직원이 배시시 웃는 게 이상했다. 그냥 자본주의적인 습관인걸까.


 “네코야.”

 “난데 마크데 네코쨩가 아루노?”

 “오모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수군수군거리고 있었다. 일본 식당 같은 데서 일본어로 주문하는 건 언제나 긴장이 좀 돼서 나는 그런 소리들에 무감해진 상태였다.


 “나겟또 니쥬 피스또 아프루 파이 욘꼬데스!”

 “하아-이... 어?”


 나온 음식을 받으러 직원에게 가려는데 발에 뭔가 묵직하고도 하늘거리는 물체가. 안봐도 알수 있어.


 “이 느낌은!“


 그제야 주위 사람들이 다 내 발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처음 보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발에 몸을 부비고 있다는 것도.




 “음료수는 안 사왔어?”

 “걷다가 자판기에서 뽑는게 싸니까.“

 “자판기가 어딨니.”

 “가다 보면 나와. 갑시다!”


 가족들에게 맥도날*를 나눠주고 에비스로 가는 길을 앞장섰다. 다들 애플파이를 먹으면서 따라오는데.


 “야, 쟤 뭐야?“


 누나가 날 불러 세웠다.


 “왜?”


 누나는 말없이 눈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까 맥도날*에서 내게 부비부비 했던 검은 고양이였다.


 “너 도쿄에서 이름난 집사냐? 자꾸 고양이가.“

 “몰라 나도. 아까부터 따라온 건가?”


 형은 이번엔 고양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앞서 신주쿠로 사라진 녀석 때문인지, 너겟을 우물거리며 구경할 뿐이었다. 엄마 역시 선글라스를 낀채 나와 누나를 번갈아 보기만 했다.


 “어떡할껴?”

 “신경 쓰지 마. 따라오다 말겠지.”


 다시 구글 맵을 보며 걸어갈 방향을 확인하는데 시선에 검은 물체가 들어왔다. 어느새 녀석이 내 앞으로 와서는 두 발로 서서 내게 앞발을 뻗고 있었다.


 “안아 달라는 건가? “

 “몰라..“

 “너한테 할말 있나본데?”


 방관하던 형이 결국 참전했다. 할말 있어봤자 내가 고양이 말을 할줄 모르는데 어쪄. 초면에 나에게 뭘 원하는 것인지.


 “아들아, 엄마 걷기 힘든데 택시 타면 안되냐?”

 “운동도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


 엄마와 누나가 의기투합해 귀차니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걷는 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 원래 외국 여행 오면 많이 걷는거라구.


 “얘도 길 위의 묘생이구나.“


 어느새 녀석을 안아올린 형이 말했다.


 “근데 왜 나 따라오냐구. 하필이면.“

 “배고파서 그럴 수도 있지. 니가 너겟 들고 있으니까.”


 세 명은 내가 녀석에게 남은 너겟을 먹여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너겟 박스를 열어 하나를 내밀자 녀석은 빠르게 받아 물더니 형에게서 뛰어 내렸다.


 “너겟 몇개 여기 두고 가. 배고팠나 봐.”

 “그러네.“


 형 말대로 너겟을 박스채 길에 놔둬 봤다. 녀석은 곧 박스로 다가와 정신 없이 먹어댔다. 나는 잠시 형과 눈이 마주친 뒤 가던 길을 가려했다.


 “어 쟤 너겟 물고 어디로 간다.”

 “?”


 누나 말대로 녀석은 스크램블 교차로 쪽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너겟 박스에 노란 부스러기를 조금 남기고.


 “우리도 가자.”

 “몇 분 남았어?”

 “금방 가요. 다 왔어 다.“

 “다 오긴 뭘 다 와 임마.”

 “하하. 좀 협조해 주세요. 거기 소바 맛집이래. 여행 와서 맛집 한번 가줘야죠.“

 “으이그, 귀찮아.”


 다들 한 마디씩 하면서도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에비스역이 어서 눈앞에 나타나길 고대하며 걸었다.


 

이전 05화 5화 : 탈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