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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n 05. 2022

내가 불안한 이유

드래곤볼 이론

 불안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생긴다. 애인이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거나 회사가 나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지 않으면 생긴다.


우리 모두는 애정과 관심을 원한다.


우리가 미취학 아동일 때 주위에서 앞다투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준다.

사랑, 관심, 사탕, 공감, 웃음

이때까진 나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관심을 독차지했던 거 같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주는 게 당연한 거라고 사회에서 룰을 정했다. 좀 더 자라면 학교에서 친구도 생기고 선생님도 생기고 타인의 범주가 넓어진다.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관심받기를 원한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내가 하루하루 살아갔던 이유와 공부를 열심히 했던 원동력은 좋은 미래를 위한 투자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 였다. 내가 원했던 건 타인의 인정과 관심이었고 내가 무언가를 이루어 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고 내가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


유별난 짓을 많이 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탈색을 했었고(다를 것이다 생각했다...). 야자를 하지 않았다. 전 교생 중 1200명 중에 내가 유일했다. 내가 원하는 게 절실했지만 타인은 나에게 인정과 관심을 주지 않았고. 가질 수가 없으니 결핍과 불안이 당연히 따라왔다. 10대들이 과하게 욕하고 장난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연예인이나 유투버가 되고 싶은 것도 이해한다 지금의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SNS에 대한 집착이 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지 알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는 20년이나 되었고 만나는 사람의 수가 늘었고 사회의 크기도 더 넓어졌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뉴욕에서도 일해보고 주재원으로 베트남도 다녀왔다. 그래도 내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데는 여전히 서툴다


한동안 나는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 머릿속으로 항상 비교하게 되는 준거집단이 매일 보는 직장동료이거나 가까이에 있는 타인들로 한정되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자주 보지는 못하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현재 주변인들보다 심리적으로 더 가깝고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내 준거집단(고등학교 동창)이 돈을 많이 가졌거나 의사, 박사라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사실 들여다보면 친구들 모두가 성공한 삶을 사는 건 당연히 아니었고 많은 친구들이 취업을 못했거나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잘된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의 가치를 재단하고 비판했다. 내가 선택하여 나를 힘들게 했었다. 특히 나보다 못될 거라 은근히 깔봤던 친구가 성공하여 잘살면 축하해주는 마음만 생기지는 않는다. 내가 나를 스스로 비난하고 세상을 저주했다.  


불안한 시기가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나의 행복 곡선이 위를 향해 올라왔다. 마음이 편하고 나서야 내가 나를 사랑하는 논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유를 조금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는 누구든 모두에게 긍정의 확답을 준다.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더라도 존중받아 마땅하고 같은 세상의 일원으로서 그들을 지지한다.


그런데 그 질문을 나에게 들이대면 나는 작아져 버린다.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용쓰고 허둥지둥 대는 어린 둘째 아들이 되어버린다. (첫째인 친구들에게는 이런 열등감이 적은 듯하다). 사랑받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기준은 스스로에게 유독 가혹하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자신에게는 사랑을 주지 못한 채 타인의 관심에 목멘다.


우리는 돈과 명예 등을 바라지만 사실 최종적으로 획득하고 싶은 것은 애정과 관심이다. 타인의 애정과 관심받기 위해서 원하는 수단(돈과 명예 등)을 획득했더라도 타인은 나에게 애정을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애정을 받기 위해 내가 예상하여 선택한 행동이 상대방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애인은 나에게 애정을 원하지만 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 타인의 생각은 짐작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타인으로부터의 사랑을 받기 위한 노력보다는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관심이 필요 없는 게 아니고 준거집단과 비교하지 않을 정도로 득도한 것도 아니지만 대하는 자세는 조금 달라졌다.


정신 승리하는 법도 깨달았다.


나는 슬램덩크나 드래곤볼을 아직 안 본 사람이 무척이나 부럽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 또는 원하는 것은 만화책을 읽으며 웅장 해지는 감동 그 기분이지, 책을 다 완독 했어라는 결과적 성취가 아니다.


20대에 의사나 판사가 되면 그다음엔 무엇을 이룰 것인가?

더 품이 많이 들어가고 더 힘든 일을 통해서야 만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욕망이 커질수록 불안도 커질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젊을 때 성공이 가장 큰 불행 중 하나라고.


아직 가지 못한 여행지가 많이 남아 있어서

아직 살아보지 못한 인생이 많이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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