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쏴재 Jun 06. 2022

벤츠를 박았다

타인의 의중을 알기는 어렵다

행복할 때 웃는다

비웃기도 한다

화가 날 때 웃기도 한다

짜증 날 때 웃기도 한다.


웃음이나 상대방의 눈짓 손짓 하나하나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힘들다. 타인의 의도를 추측할 때 많은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추측을 정보로 내가 대답하거나 행동한다면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


‘난 주차를 잘해.’ 이렇게 믿고 있었다. 나는 후방 카메라 없이 눈으로 보이는 사이드 미러로주차를 할 줄 아는 클래식한 멋을 아는 남자다. 타이트한 주차 공간이 있더라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주차를 성공하고 마는 끈기 있는 남자다. 마이크 타이슨이 그랬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맞기 전 까지는”


오랜 외국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와서 자동차 보험을 들었는데 호기롭게 자차보험은 제외하였다. 대물 대손 말고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태까지 운전하며 주차나 과속위반으로 벌금을 받은 적이 국내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건은 다음과 같이 발생하였다


전 여자 친구와 브런치 약속에 가기 위해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를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번잡한 동내라 주차하기가 어려울 거라 예상됐지만 살짝 추운 날씨 그리고 그녀의 제안에 홀라당 넘어가 가까운 거리지만 차를 타고 가게 된다. 그리고 발 파킹의 무자비한 가격에 기분 상하고 싶지 않아서 주차구획이 아닌 곳에 주차를 했다. 평일 낮이라 안심했고 주변에 나와 같이 불법 주차한 동지들이 많았다.

차에 내려 가게로 걸어가려는 찰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회사원은 아닌듯한 캐주얼한 복장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퉁명스러워 보이는)이 이곳에 주차하면 신고당한다는 말을 했다. 사실 이 말을 무시해야 했었다


나중에 추측해보길 그 사람은 발렛 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나의 안위보다는 자신이 일하는 곳의 편의와 이익(불법 주차를 발으로 하는 업체)을 위해 한말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친절 어린 고라 받아들이고는 후진으로 차를 빼다가 주차된 차를 박아 버렸다. 범퍼가 아니라 문짝을 그대로 쳐벅아 버렸다. 그것도 벤츠를! 새 차였다!

언덕길이라 엑셀을 많이 밟기도 했고 나는 불법 주정차라 마음이 급했었다.


험사에 연락하고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마음은 많이 충격에 쌓여있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고 나 자신의 미숙한 운전실력에 화가 난 상태였다.


전 여자 친구는 이런 감정을 다루는데 많이 서툰 사람이었고 나 역시 상한 마음이 쉽게 진정되진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자꾸 음식을 먹여주며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런 경우에 상대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줄 필요가 없다. 나는 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른 경우를 예를 들자면 나는 바빠 죽겠는데 애인 자꾸 도와준다고 하는 상황이다. 내가 너무 피곤하고 안쓰러워 보인다며 바쁜 나에게 도와줄 게 없냐며 계속 말을 건다. 내가 대답하길 괜찮다고 지금 잠시 참고 기다려 달라고 하면 토라진다. 내가 응급상황인데 자기가 관심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잘 처리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편이다.


상대 주와 연락이 닿아 사과를 하고 사고처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상대 차주는 새 차가 부서진 것에 화가 나 있었고 사고처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연배가 나보다 많아 보이는 여성분이었지만 사고에는 경험이 없는 듯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자기가 주차를 한 것도 아니었고 발을 맡겼더니 불법주차를 해놓았고 나는 거기다가 차를 들이박아버린 것이었다. 아무것도 이해 못 할만하다. 파킹 맨이 중재를 하려고 혹은 나를 감싸주는 듯 말을 했다.

"여기 이분도 기분 좋게 식사하러 오셨다가 사고가 난 건데 모두 기분 상하지 마시고 보험처리 잘하시면…"

불법 주차를 한 발렛에서도 과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중재의 말을 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대 차주에게 사과했지만 내 마음 죄송스럽기보다 나에게 화가 나 있었다. 침대에 새끼발가락을 찧은 거 마냥 소리치고 화를 내고 싶은데 정작 그 대상이 나여서 더 화가 나는 기분 같았다. 아무튼 그때 상대 차주는 분명 화가 나 있었고 기분이 상해있었다.


과실 90:10

이렇게 결과 나오고 사고도 거의 종결 처리되었다. 이틀이 흘렀나… 이때까지도 사고를 생각하면 마음이 언짢았고 화가 났다.

운전 중 상대 차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에게 매우 불편한 전화이다. 보험사랑 통화를 하면 되지 왜 굳이 나에게 전화를 거는 걸까?

심지어 한번 무음으로 넘겨버렸는데 또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가 화를 내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왜 자기가 10% 나오는 것에 대해 항의할 것으로 예상) 등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아유 사고 내고 싶어서 사고 낸 것도 아닌데 그냥 액떔한걸로 치자고요. 감사합니다”


나도 엉겁결에 대답했다.”네 감사합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왜 이런 생각의 변화를 겪었을까? 내가 당사자지만 역시 상대방의 의중을 알기란 어렵다.


사고가 나기 전 주차 신고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그 사람의 말. 발렛파킹 맨의 중재의 말. 상대 차주의 말.

내가 보고 판단한 건 모두 오류투성이다. 타인의 생각을 짐작하기란 매우 어렵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불안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