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쏴재 Jun 14. 2022

엄마에게 가지는 부채감

아들의 한계?

친구와 친구 와이프, 저는 대화 아래와 같은 상황 대응하는 방향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상황

엄마가 전화가 와서. 요즘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다닌다고 하십니다. 더 심해지면 수술해야 될 수도 있다는데 수술한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랍니다. 일단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하시네요, 요즘 일하는 게 힘드신가 봅니다.


나(차남, 형1 있음)와 친구(장남, 남동생1 있음)대응

마음의 부채감이 있음 통화 후 슬프고 불편함. 일을 쉴 수 있게 용돈을 더 부쳐드림. 그래도 마음의 짐이 무거움.


친구 와이프(장녀, 남동생 1 있음)대응

엄마의 감정을 공감해줌. 일을 그만둬라는 말은 안 함. 돈을 더 부쳐주는 것도 안 함. 엄마에게 설렁설렁해라고 함. 엄마의 건강을 걱정 하지만 부채감을 느끼지는 않음.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10년 정도 되었고 엄마랑 두 살 터울 형이 있습니다. 떨어져 산지 20년이나 되었습니다. 명절 때 제외하면 굳이 고향에 자주 가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해외 생활할 때는 고향 방문 빈도는 제로에 수렴합니다.


엄마를 향한 마음의 채무가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아빠보다 엄마가 가까웠고 엄마는 인생살이의 어려움과 슬픔을 자식들에게 토로하곤 했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무리해서라도 엄마 용돈을 보내드리곤 하는데 심리적 부채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아빠한테 미안하기도 합니다.

집안에서는 아빠 편을 좀 더 들 수도 있었을 텐데 엄마와 애착이 크다 보니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빠도 지레 포기하신 건지 큰 불만이 없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빠도 엄마에게 부채의식이나 이유가 있었겠지요. 돌아가시고 나니 후회스럽지만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가요. 아버지께서 으레 알아서 하신 거 겠지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형과는 더 멀어졌습니다.  

형 사업 실패 때문에 집안 경제가 흔들려서 형탓을 많이 했습니다. 그 이후 형을 향한 내 마음이 곱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보시기엔 두 자식 모두 어디 내어놓아도 부서질까 봐 걱정이 많으셨는데 정작  둘 사이가 서로 살갑지 못하니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아빠 생전엔 말씀 많으셨는데 이젠 엄마가 걱정하곤 합니다.

저는 형을 대놓고 탓하기보다는 멀어지기를 택했습니다. 형으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바라지 않아서 딱히 불편하지 않습니다. 같이 사는 것도 아니니 이 상태로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형도 저에 바라는 건  없어 보입니다. 작년에 결혼해서 가정도 이루고 잘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살 터울에 남자 형들이 살갑지 않은 건 그리 부자연스러운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서울생활, 해외생활, 객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고향이 있는 게 참 마음에 듭니다. 친가 외가 친척들이 거의 포항에 계십니다. 한 번씩 가기는 귀찮아도 고향에서 지낼 때 마음이 되게 좋습니다.

회사 다니다 번아웃이 올 때, 인생이 힘들 때 다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고향 일자리도 적고 친구들도 거의 다 떠나서 심심한 동네지만 이보다 더 좋은 도피처는 앞으로 없을 겁니다. 누가 오라 마라 하지도 않지만 돌아갈 곳이 있는 게 좋은 거 같습니다. 버스로 가면 4시간 반이나 걸렸는데 이제는 KTX로 2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엄마를 향한 내 마음의 부채감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관계가 더 풍요로워질 것 같습니다. 당장 엄마에게 드릴 용돈을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무리해서 까지 용돈을 드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무거운 관계에서는 서로 불편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여사친처럼 또는 애인처럼 사랑스럽지만 무겁지 않게 지내고 싶습니다.  쓸모없는 이야기도 하고 가벼운 쇼핑도 하고 그래야 할 갓 같습니다. 집안에 누나나 여동생이 없어서 살가운 가족의 대화방법에 대해 좀 부족했습니다. 늦게라도 알았으니 이제 좀  써봐야겠습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힘을 좀 빼야 엄마도 더 편해하실 듯합니다.


얼마 전 고향에 가서 엄마와 엄마의 남자 친구분과 셋이서 산책도 하고 식사도 했습니다.  부채감이 조금 줄어든 느낌입니다. 그분에게 채무를 좀 넘긴 거 같아 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저야 엄마와 떨어져 산지 오래돼서 애틋 하지만 같이 사는 친구들은 부모님과 애증의 관계더군요. 저 역시 20년 전 기억으로만 추정하는 건 아닙니다. 엄마에게 전자제품을 사용법을 한번 알려주려면 아주 큰 인내가 필요합니다. 직접 보고 알려드리면 좀 더 수월할 테지만 전화나 영상통화로 설명하려면 가족오락관에서 나오던 게임.  고요 속의 외침의 한 장면과 흡사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가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러는 걸까요? 서로에게 바라는 게 많아서 일까요?

심심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어느 관계에서든 그러려니 하고 지켜봐 주는 게 제일 어렵나 봅니다.


가족끼리도 가벼운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거운 주제에 대한 고민은 각자 알아서 잘하니까요.

결혼. 미래. 직업 이런 거는 금지입니다.

대화의 주제로 영화나 취미,  쓸데없고 사소한 것이 좋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민감한 자녀를 위한 추천 학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