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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n 22. 2023

만족과 짜증은 제로콜라만큼 차이가 난다

사실 아직 모르겠다

제로탄산 좋아하시나요?


일반적이지 않은 장내 미생물을 가진 경우에는 단맛을 내는 0kcal 합성 감미료를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제로콜라가 더 이상 제로가 아닌 것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합성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환경에 악영향을 줄수도 있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소하고도 불확실한 리스크 때문에 내가 제로탄산을 마시지 않을 이유는 없다.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하고는 있지만 뜻 뜻하 차를 마시기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운 탓도 있다.


나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 그리고 그들의 역학관계를 전부 알주 못하고 얄팍하게 피상적으로만 현재를 본다. 그래서 탄산을 마셨고 그 날갯짓이 가져온 폭풍과도 같은 결과를 알지 못했다. 


지난 연휴 어른들을 모시고 일본을 다녀오고나서부터 짜증이 낫다. 몸이 피곤하고 잠을 충분히 못 잤으니 당연한 거라 생각했고 며칠 지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고 이를 바랐다.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고 상쾌하게 조깅과 시작하는 하루일과가 곧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난 깊은 잠을 자지 못했고 밤새 약간의 복통에 시달렸다. 경미한 위경련 같은 느낌이었다. 하루가 시작되면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았다.


내가 여자친구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빈도가 늘었다. 피곤한 게 이유라 생각되지 않았다. 
'수면 시작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살짝 잠을 설친 것뿐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몸이 좀 찌뿌둥했던 것뿐이다.

필시 여자 친구의 행동과 신경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진실은 알 수 없다-


결국을 일이 터졌다. 

주행 중에 차 시동이 꺼져버렸다. 뒤에서 따라오던 택시가 시끄럽게 클락션을 눌러 댔다. 

짜증이 낫지만 비상등을 켜고 운전석에 앉아 손짓으로만 뒤차들을 보냈다.

택시가 한마디를 못 참고는 1차선에 차를 멈추더니 창문을 내린다.

"아니 차를 대시려면 좀 갓길에 대시지!"

여자친구가 옆에 있었지만 화가 머리까지 차오른 나는 격국 욕지거리로 받아쳤다.

"아니 차가 고장 났데 어쩌라고 ***!"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상황을 해결하려고 택시기사에게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해요. ~~~~~~옆으로 좀 돌아가주세요"


뒤차들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빵빵거리던 그 택시에게 화가 나 있었고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여자친구는 오히려 자기가 사과까지 하니 난 더 화가 났다.

"아니 우리가 잘못한 거도 없는데 왜 사과를 해? 비상등 켰는데 저 차가 빵빵대고 창문까지 내렸잖아. 왜 사과한 거야?? 저차가 잘못했는데??"

여자친구가 결국 사과를 한다.

내속도 이미 상할 대로 상했고 쉽게 진정되지 않은 채 무거운 공기가 짓누르는 차를 타고 집까지 운전해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따듯한 차를 한잔하고 잠 자리러 가련만 술이 떙긴다.

시원한 맥주가 떙긴다.

담배도 떙긴다.

결국 제로콜라로 합의를 본다


차라리 저녁식사때 술을 마시는 게 좋은 선택이라는 것은 나중에 꺠달았다.

뒤늦게 마신 탄산은 밤새 나의 위장을 괴롭게 했고

그 결과 나는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짜증은 가까운 곳에서 터져 나왔다

여자친구와 폭풍처럼 싸웠다


사실은 알 수 없다. 나는 얄팍한 현재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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