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도 포함
좋은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으면 떠벌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다
같이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즐거우니 너도 즐거웠으면 바란다
같이해야 더 재밌다고 느낀다
그래서 적어본다
새로운 취미가 또 하나 생겼다.
테니스, 요트, 서핑에 이어서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엔 달리기다. 왠지 오랫동안 같이할 동반자를 찾은 느낌이다. 그런데 다른 취미와는 다르게 같이할 소모임을 찾게 되진 않는다 여로모로 편리한 부분이 많다.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 적다. 물론 뛰어나갈만한 거리가 있어야 하겠지만 사람이 뛸만한 도로는 전 세계 어딜 가도 있다. 난 매일 아침 같은 곳을 뛰어서 출근하곤 하는데 아직 지루하진 않다. 가끔 여행을 가면 아침부터 새로운 곳에서 뛸 생각에 설레어 전날밤 가슴이 뛰곤 한다.
시간적 노제약을 말하자면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에 맞게 운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초보 러너라서 잘 모르지만 좀 그런 것 같다. 100미터 스프린트를 몇 번만 하더라도 수 분 안에 운동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30분이나 1시간 이상 걸리는 중장거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테니스나 헬스장에서 하는 웨이트운동과 비교하면 이런 중장거리도 길지 않은 시간만이 필요하다. 내년 계획인 마라톤을 위한 트레이닝도 하루에 1시간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
다른 몸을 가져본 적이 없어 남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난 단거리 달리기나 웨이트운동보다는 지구력이 필요한 중장거리에 적합한 몸을 가진 것 같긴 하다. 천천히 가볍게 달리면 1시간 정도는 몸에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래도 매일 달리기를 하는 요즘과 테니스와 웨이트 운동만 하던 수달전과 비교하면 신체능력과 신체의 모양이 매우 다르다. 5km를 30분 안에 달리기가 어려웠다. 못할 정도로 힘들진 않았지만 완주하고 나서는 매우 기력이 떨어졌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던 기억이 난다. 이젠 그 정돈 가뿐하다. 체중도 3킬로 정도 줄었다. 그전에도 허리 31인치 정도의 바지를 입었는데 이젠 너무 헐렁해져서 벨트가 필요하다. 얼굴선도 달라졌다. 눈빛이 살아났다
여러 사람들 중 유독 안광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지내거나 건강한 행동과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나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겨서 몸이 피곤하고 엄청 졸린 상태를 50,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피로감 고통을 느낄 때를 30 이하라고 한다면 난 평소에 80 정도면 상당히 좋은 상태라고 생각하며 80 정도를 목표로 일생을 살아온 것 같다. 100점이 아닌 80점인 이유는, 20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유한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그런 원죄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끔 개운한 잠을 자고 나서 배고프지도 않은 말끔하고도 상쾌한 상태일 때, 90 정도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건 짧은 순간이고 금방 80의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어쩌면 30의 기저효과로 느끼는 착시현상같으거라고 생각했고 90점과 100점은 머나먼 꿈 속에서나 존재하는 환상 같은 것이고 현실에는 없다고 여겼다
간헐적 단식과 달리기를 매일 하는 요즘은 확실히 80점 이상인 것 같다. 단순히 만족감과 행복감으로 채워진 정신승리만은 아닌 것 같다. 신체적으로 더 건전해졌다. 공복으로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느끼는 만족감은 비움에서 오는 깔끔함 있다. 무언가를 채워서 오는 만족감은 부작용이 있다. 더 이상 채우지 못할 때 불만이 생긴다. 가속도 같은 느낌이다. 일단 빠른 속도가 익숙해지면 더 빠르게 달리지 않은 이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비움에서 오는 만족감은 더 비우지 않아도 충분하다. 괘락처럼 빠름과는 거리가 멀다. 비움에 도달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간헐적 단식에 익숙해지는 것도 달리기에 적합한 몸을 만드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쇼핑
이번엔 채우는 만족감이다
현대사회에서 쇼핑만큼 또 재밌는 게 어딧겟는가. 요즘 하루하루 택배 받아보는 맛이 아주 쏠쏠하다. 운동을 자주 하다 보니 회사복 말고 사복 입을 시간엔 주로 운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패션은 운동복에서 완성해야 한다. 날렵하게 생긴 고글을 쓸 일도 많아졌다. 매일 달리기를 할 때마다 새 옷을 입고 뛰니 너무 설렌다. 새로운 신발이라도 장만하는 날은 늦은 밤에도 나가 공원 한 바퀴를 뛰고 온 적이 있다. 새신을 신고 날아간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
사실 이번에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한 번은 술을 먹고 아주 아팠다. 당일엔 원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오랜 생각 끝에 찾아낸 원인은 혈당이었다. 술을 먹고 급속하게 치솟은 혈당이 다시 바닥을 떄리고 인슐린이 정상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20대 때에는 없던 일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허리둘레는 아주 살짝 늘었지만 눈에 띄는 체중 증가는 없었다. 그러니 내가 마른 비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몸엔 살이 없지만 복부지방이 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큰 문제가 될지는 몰랐다. 지속적으로 혈당 수치를 재보니 남들보다 조금 높았다. 건강검진 한번 받고서는 알 수 없다. 건강검진의 결과는 한 번의 검사로 나온다. 여러 번의 측정을 통한 통계치가 아닌 것이다. '이 정도면 죽지는 않겠네요 그래도 확답할 수는 없어요' 뭐 이 정도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는 건강함이 주는 만족감 때문에 이 취미에 아주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