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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민물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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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Aug 25. 2023

단편소설 민물장어

(1)

풍천, 바람과 강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서 잡히는 뱀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풍천이라는 지명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여기도 그런 흔한 풍천장어를 파는 곳이지만 뷰가 예술이다. 따지자면 강하구, 풍천보다는 오션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지만 오션뷰 장어집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

"여보 꼬리부터 먹어"

한껏 들뜬 목소리다. 장어를 뒤집는 그녀의 템포가 빠르다. 연기가 올라올 새가 없다.

 "사장님 여기 복분자주도 하나 주세요!"

평소와 다르다. 그녀의 웃는 표정을 보고 조금 늦게 따라 웃었지만 불안하다. 남편에게 둘째를 원한다고 말한 게 농담이 아니었나 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 이제야 여유가 생겼다 싶었는데, 남편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많이 먹어라고 말 아내가 정작 더 잘 먹는다.  커다란 깻잎 두장에, 생강에, 마늘에, 양념장까지 야무지다. 초롱초롱한 아내 눈빛과 다른 그 녀석의 눈과 그때 마주쳤다. 빨간 불빛이 일렁이는 참숯에 올라오기 전엔 백내장이 낀 것처럼 흐리멍덩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는데 이젠 다 익어버려 비비탄처럼 보인다. 옥구슬처럼 반질반질한 흰색 아니라 뒷마당에서 키우는 개 밥그릇과 같은 색이다.


난 깊은 바닷속에서 태어났다.

주변 칠흑같이 어두웠다.  우주에 한 점과 같이 아주 작은 크기로 세상에 나왔다. 그에 비해 세상은 무척이나 넓었다.

헤엄을 쳤다기보다는 흘러갔다고 말할 수 있다. 밤하늘에 흐르는 은하수처럼 깨알 같은 우리 무리는 정처 없이 흘러갔다. 분명 가본 적이 없는 길이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나라는 자아를 인식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자라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몸은 유리처럼 투명했고 깊은 바닷속은 아주 까맣다 보니 옆에 놈 눈알만 겨우 보였다. 놈들과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몸뚱이가 커지는 것 잘 알 수 없었고 일렁이는 달빛에 눈알만 조금씩 커져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우리는 눈알이라도 있지 어떤 녀석들은 눈알 같은 게 없는 녀석들도 있었다. 워낙 이상하게 생겨먹은 녀석들이 많아서 나중에 내가 자라면 어떤 몸을 가지게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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