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한다는 것
현재에 집중하라
급하게 하지 말라
이런 조언들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살다 보면 같은 1km를 걸어갈 수도, 달려갈 수도,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천천히 가니깐 느끼는 게 많다고 해서 너도 천천히 가라고 하면 합리적인 조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살짝 수정하여 '천천히 가든 빨리 가든 얻는 게 같으니 이왕 갈 거면 천천히 가라' 정도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천천히 한다는 것은 생각의 위치를 현재에 조금 가깝게 붙이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인생이던 달리기던 초보자일 때는 자신감이 넘쳐 그 속도가 빠릅니다. 한번 해보니 할만하고 판단이 섰기 때문이죠. 일단 자신감이 한번 붙은 속도는 좀처럼 내려가질 않기 마련입니다. 넘어지기 전까진 오히려 빨리 달리는 맛에 열중하게 되곤 합니다. 심지어 넘어져도 몸을 추스를 생각보다는 다시 뛸 생각을 합니다. 더 조급하게 되곤 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빨리 살면 무엇이 좋을까요?
빨리 행복하고 빨리 죽은 면 무슨 소용일까요?
자주 또는 아주 천천히 하는 게(사는 게) 좋다는 뜻 아닐까요?
테니스를 수년간 치다 보니 어느 정도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축적되었습니다. 그동안 초보자였다 하더라도 순순하게 노력만 했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저는 게임에 지면 화가 났고 형편없는 실력에 마음이 위축되었습니다. 복수의 마음, 끈기의 마음으로 계속 다시 일어나 계속 테니스를 하다 보니 내가 왜 이 공놀이를 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재미를 느끼는 것은 현재이고 잘하게 되는 건 미래에 있는데 달성할지도 못할지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조건에 현재의 재미와 행복을 걸고 가진 것을 잃는 도박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축구던, 농구던, 공 하나 보고 여러 명이 뛰어다는다는 게 단순하지만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만 재밌으려고 하면 여러 명이 같이 즐겨야 할 재미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나도 재밌고 상대방도 재밌으려면 적절한 매너와 의사소통도 필요하더군요. 혼자 하는 것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면 달리기를 추천합니다.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입니다. 재밌는 운동을 하는 나의 위치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한번 살펴보면 좋습니다.
누워서 눈을 감고 내일의 계획을 세우고, 내일의 계획을 위한 일주일, 1년, 10년 계획을 세운다면 밤잠 자기는 글렀다고 봐야 합니다. 생각이 이미 저만치 미래에 가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미래는 불안하고 어려운 것이어서 준비할 게 아주 많죠. 오밤중에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고 좋은 방향으로 목표를 세우긴 힘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걱정만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지금과 가까운 미래인 내일 아침 뭘 할까? 정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내일 어떻게 할까? 설레겠지? 하는 정도로 말입니다.
숨 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곤 합니다. 요가를 하던 다른 운동을 하던 호흡법에 관하여 많이 들 다루는데요. 명상에서 쓰는 설명을 갖다 대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한 번에 한 번의 들숨 날숨을 쉴 수 있다. 내일의 숨을 또는 1분 후의 숨을 미리 쉴 수 없다.'
그렇게 호흡은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행동입니다. 복잡한 머리를 속을 가볍게 해줄 도 있습니다. 그래서 호흡의 중요성은 운동 자세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결과에 집작 하면 마음이 급해지고, 호흡이 흐트러지고, 자세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상황일수록 더 호흡을 가다듬고 들숨날숨에 신경 쓴다면 좀 더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에 빠진 사람보고 아니 왜 당황하냐고 다그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산다는 건 딱 그 꼴인 것 같습니다.
원치도 않은데 태어나서는 납치당한 꼴입니다.
그리고는 인생이라는 수래바퀴에 묶여 평생을 고문당하기도 합니다.
남에게 하는 조언 따위가 유익하기 참 힘든 구조인 것 같습니다.
다만 여력이 된다면 내 숨소리 말고도 남이 두드리는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