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이 되다(3)

도시의 삶은 이성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며 본성을 외면하게 했다

by 쏴재

페리의 엔진 소리가 부드럽게 들리며 배는 점점 제주에 가까워졌다. 얼마 후 그의 차는 배에서 내려섬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제주도의 독특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푸른 바다와 하늘의 구름이 마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그 경치는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제주도의 공기는 신선했고, 그 안에는 바다와 풀 내음이 섞여 있었다. 눈앞에는 초록빛으로 물든 오름과 웅장한 한라산이 펼쳐져, 그를 압도했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는 겨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은 확실히 남쪽이구나.’


제주에 도착한 첫 며칠은 혼란스러웠다. 면접 합격 소식을 듣고 서둘러 숙소를 구하며 느꼈던 마음의 동요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환경의 변화는 그에게 물리적, 감정적으로 적지 않은 혼란을 주었다.


그가 본 제주 거리의 풍경은 넓고 조용했다. 그 고요함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게 다가왔다. 도시의 빠르고 정신없는 생활에 익숙했던 그는 이 한적한 섬이 마치 다른 차원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의 느릿한 발걸음에 자신이 어떻게 속도를 맞춰야 할지 몰랐다. 길을 걸으며 제주의 자연과 삶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이곳에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이 밀려왔다.


새 직장에서의 첫날, 동료들과의 만남은 어색했다. 그는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서로의 눈빛에는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서울에서는 만나는 사람들과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대화도 활발해 금방 친숙해졌던 반면, 여기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제주의 사람들은 따뜻했지만,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자연스럽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 했다. 아직 그는 스스로를 외부인처럼 느꼈고, 이곳에서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찾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10여 년 전 뉴욕에서의 생활을 떠올렸다. 그곳 사람들은 무척 차가웠고,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출근 첫날 그는 복잡한 생각을 감추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인사했다.

"안녕 내가 새로 온 그 직원이야 Hi, I’m the new guy. 반가워 It’s good to meet you."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동료는 없었다. 몇 안 되는 한국인 동료들 사이에서도 어색함이 가득했다. 그렇게 부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하던 중, 서부 LA로 여행을 갔다. 그곳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의 얼굴은 뉴욕 사람들보다 너그러웠고, 행동은 부드러웠다.

"놀러 와 Come over. 같이하자 Let's do"

이런 말을 자주 들으며 그는 지역과 문화의 차이를 실감했고,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올랐다. “너 자신을 알라.” 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환경에서 행복한지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에서의 삶은 늘 바빴다. 발걸음은 빠르고, 하루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성공이란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이루는 것에 달려 있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쉼 없이 움직였다.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 그는 인간으로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현대 진화심리학이 강조하듯, 인간은 본능적으로 동물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도시의 삶은 이성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며 본성을 외면하게 했다.

제주에서의 삶은 달랐다. 새로운 직장에서 그는 여유를 느꼈다. 동료들은 각자의 일에 바쁘지만, 일의 속도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경쟁보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여유로움은 제주의 하늘과 바다가 만들어낸 리듬 같았다.


물론 제주의 삶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의 첫 번째 과제는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부동산이 소개해 준 후보들 중 하나는 시행사 보유분으로, 법인이 소유한 아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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