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이 되다(2)

최고의 편의점

by 쏴재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그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멀어지는 육지를 바라보았다. 서울에서의 지난 삶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푸른 바다와 하늘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했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긴장이 얽혀 있었다.


감정의 파도가 조금 잔잔해지고서야 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4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비교적 짧은 거리를 항해하는 배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편의시설이 있었다. 카페, 식당, 노래방, 안마의자 등 그중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편의점이었다. 편해 보이는 의자와 넓은 바다가 보이는 다른 곳들이 이미 만석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가 가본 편의점 중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곳 중이라고 생각했다.


따듯한 생강차가 몸을 따듯하게 해 주었고 창밖의 풍경도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주었다. 그는 책을 펼쳤다. 스웨덴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인데 한 세기의 역사를 모두 겪어본 100세 노인에 대한 내용이다.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책이 꽤나 흥미롭게 읽힌다. 역시 베스트셀러는 다르다.


하필 그날따라 일찍 깨버려서인지 노인의 나이가 40~45세쯤 되기도 전에 졸음이 밀려왔다. 널찍한 이코노미실로 돌아가 머리는 눕혔다. 방에는 그 말고도 몇 명이 더 있었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가진 그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딱딱한 바닥에 이불도 없다 보니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도 피로한 몸을 쉬게 하고려고 눈을 뜨진 않았다. 제주 생활에 대해서 유튜브로 검색을 해본 적이 있었다. 제주 현장에서 근무를 해본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었다.


'과연 텃세라는 게 진짜 있을까?'

'개인 사업자도 아닌데 설마 직장인에게도 있진 않겠지'

'너무 심심하진 않을까? 편의시설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페리가 파도를 가르며 나아갈 때마다, 그의 마음도 출렁거렸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싶던 그의 욕망이 반영되어 쓸데없는 걱정도 들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신청한 청약이 당첨되면 어떻게 하지? 무슨 돈으로 계약금을 넣지?'


깊음 숨을 한번 내 쉬고는 눈을 떴다.


'이미 고민하고 결정한 바다. 새로운 삶을 향해 가는 거다.'

'행복은 목적이 아닌 순간에 있는 거다.'


그는 허리를 세워 다시 앉아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제주도로 향하는 페리는 계속해서 전진했고, 그의 새로운 삶도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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