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몸과 마음이 건조하게 갈라지고 진물이 났지만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병원을 뻔질나게 다녔다. 치료를 과하도록 받았다. 의자에 누워 치과 의사의 손길이 입 안을 더듬는 동안, 형광등 불빛이 눈부셔서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을 고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볼 생각이었다.
소화가 잘되지 않아서 식사량을 줄였다. 계절이 바뀌어갔다. 창가에 놓인 화분의 잎사귀처럼, 그의 마음도 시들어갔다가 다시 조금씩 생기를 찾아갔다가를 반복했다. 아픈 것도, 나아지는 것도 모두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조금씩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를 할 의지가 조금씩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일부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갈 약간의 추진력이 생겼다. 더 이상 난파되어 침몰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해 속이지만 이제 어렴풋이 보이는 수면의 빛을 향해 올라가게 되었다. 때로는 그 빛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도착해서 시원한 공기를 가슴 가득히 채워놓을 순 없지만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그의 감각들이 하나둘 되살아나고 있었다. 창가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고, 쌓여있던 빨래를 정리하고, 냉장고에 식재료를 채우는 일들이 이제는 그리 버겁지 않았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그의 삶의 중심이 되어갔다. 아침 해가 뜨기 전, 그는 다시 운동화 끈을 매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발목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제는 견딜 만했다.
러닝은 그에게 일종의 명상이었다. 호흡에 집중하며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인간의 본능적 한계를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숨을 한 번에 여러 번 쉴 수는 없다. 결국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호흡과 같은 단순한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임을 배웠다. 달리는 동안 그의 머릿속 생각들은 발걸음 소리와 함께 단순해져 갔다.
긴 거리를 달릴 때는 정신적인 탄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불편함과 피로가 몰려와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그 자신 내면의 강인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다리가 무겁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호흡에 귀를 기울였다. 러닝은 그에게 저항과 인내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성공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이런 작은 승리들이 모여 삶에서 더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호흡은 현재에 집중하라고 가르치고, 느린 속도는 인내하라고 말하며, 저항을 넘어서라고 응원했다. 강변을 따라 달리다 보면 햇살이 수면에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빛나는 순간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매 순간의 호흡에 집중하라, 삶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치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듯, 그의 걱정들도 서서히 흩어져 갔다.
'속도를 조절하라, 모든 것을 한 번에 이루려 하지 말라'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는 자주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 천천히 가는 것도, 때로는 멈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불편함을 이겨내라, 성장은 언제나 어려움을 넘어설 때 온다'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그는 종종 속도를 높였다. 가슴속에서는 작은 마음이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단단해진 그는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의 삶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며 자신을 소모하는 것 같았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항상 차갑고 메말랐다. 발걸음은 빠르고, 하루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혔고, 신호등 앞에서는 누군가 초록불이 켜지기도 전에 한 발을 내디뎠다.
성공이란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이루는 것에 달려 있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쉼 없이 움직였다. 커피를 마시며 걷는 사람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모두가 시간을 아끼려 애쓰는 것 같았다. 그런 환경에서 그는 인간으로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이성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며 본성을 외면하게 했다.
달리기를 하며 그는 자주 생각했다.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둘 떠올렸다. 경쟁보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도시의 빠른 템포가 아닌, 자연의 느린 리듬에 맞춰 살고 싶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갈 준비를 하며 이직처를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