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살아드립니다 (3)

박항서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by 쏴재

이렇게 살면 망할 것 같은데 살아보고는 싶어!

저는 바로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살짝 망한 것도 같지만 꽤나 잘살고 있습니다.


포기후 희망(30대 중반)

먼저 중국으로 갑니다. 회사를 휴직하고 여행하는 친구의 코스에 동행했습니다. 중국의 남서쪽 윈난 성, 동남아와 맞닿아 있는 곳에서 시작하여 티베트로 가는 실크로드를 가게 됩니다. 중국 본토의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변방이라 자연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중국 같지 않는 중국으로 알프스(물론 가보지 못함)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매우 추천합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납니다. 3번째 발리였지만 이번엔 좀 길게 한 달간 머물면서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동남아나 발리를 한국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많이들 여행 갑니다. 하지만 발리의 메인 시즌은 한국의 여름입니다. 발리의 기후는 후덥지근한 동남아 날씨가 아니라 적도 기후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실제로 발리는 적도 이남 남반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연중 온도차가 별로 없고 6~9월은 건기이며 바람도 많이 불어 그늘에 들어가면 아주 선선합니다. 남반구라서 변기나 세면대의 물을 내리면 배수구로 소용돌이쳐 빠져들어가는 물 흐름이 반대 방향입니다. 계속 봐도 신기합니다.
발리에서 계속 살고 싶은 마음에 구직을 계속해보지만 하던 일과 비슷한 직종은 발리에 전무했습니다. 건축이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장 잘하는 일이었고 남들이 보더라도 저는 건축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찾다가 관심이 생긴 나라가 베트남이었습니다.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이고 무엇보다 한국인이 많았습니다. 건축개발도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는 중이라 취직을 하기 적당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작정 베트남으로 가게 됩니다.


3개월가량을 놀고먹으며 어학당도 다니며 싱가포르 부동산 개발 회사에 취직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뉴욕에서 일한 경력이 도움이 됩니다. 받는 월급도 한국과 비슷했지만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저렴하다 보니 경제적 여건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에 대하여 참 아는 것 없이 왔는데 오고 나서 보니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4~5년이나 있을 거라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니 목표하는 미래는 딱히 없었습니다.


나라의 경제나 GDP 성장률이 국민의 행복과 아주 많이 연관이 되어 있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저는 단둘이 노는 것보다 친구 여럿이서 같이 노는걸 더 좋아합니다. 인류가 발전시키는 도덕성의 방향도 공감의 양과 질을 늘리는 데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나 선진국에서 겪고 있는 경제의 축소나 gdp성장의 한계는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리고 지나친 경쟁에 지쳐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저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됩니다.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분들 말에 따르면 지금의 베트남의 국민정서는 마치 IMF 이전의 한국과 약간 닮았다고 합니다. 도로 체증도 엄청 심하고 공기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매너도 저랑 너무 다르고 남을 배려하는 사회의식도 매우 달라 저를 아주 힘들게 했습니다. 길거리가 아주 지저분하고 걸어다니가 힘듭니다. 여기 도로에서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제주도와 같은 베트남 현지 휴양지에 한번 가려면 매우 불편합니다. 그래도 그들의 희망찬 감정과 행복이 나에도 스며듭니다. 선진국들이 마치 희망이 없이 패전을 맞이하는 군대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베트남은 엄청 힘든 환경에서 전투를 하지만 희망이 있고 사기가 넘치는 군대 같은 느낌입니다. 어디에 속하고 싶은가요? 저는 여기를 선택했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나를 괴롭혔던 불면증이 여기선 치유되었습니다.
싱가포르 회사여서 저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연차를 20일이나 제공했습니다. 더욱이 설날과 붙여 쓰면 해외여행 가기 딱 좋았습니다. 일 년에 2번 정도 10일간 해외여행도 다니고 베트남 국내도 구석구석 여행했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등산도 하고 스리랑카에서 서핑도 했습니다. 이집트에 가서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도 봤습니다. 그럴수록 저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30대 중반이 되도록 가진 자산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현실에 처맞기 전까지는


대신 살아드립니다(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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