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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n 23. 2022

쓸쓸한 고양이

쇼핑을 하는 이유

우중충한 날 집 뒤편 골목길에서 꼬질꼬질한 고양이를 보면서 속상해했다. 그 고양이에 대한 도움은 거기까지였고(행동 없이 관심만 가졌다) 내 의식은 흘러가 다른데 집중한다. 슬프고 불편한 마음을 회피하려는 본능이다. 

'뒷골목의 고양이는 오래 살지 못하지만 자유가 있다'. 

'거세되어 집안에서 안락하고 장수하는 고양이와는 다른 만족감을 느끼고 살 것이다'. 

고양이를 돕지 않은 나를 합리화하는 생각을 한다.


꼬질꼬질한 길고양을 보고 행동 하는 사람이 있다. 삶을 제대로 살 줄 아는 진짜 사람들. 배고픈 어린 고양이에게 먹이를 사준다.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를 기꺼이 거두어 동물병원에도 데려다준다. 새 주인을 찾아주기도 한다.

고양이의 자유가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안락해 보이는 회사에서 일을 할 텐가?' '창업하여 거칠고 자유로운 세상에 도전하지 않을 텐가?'


꾀죄죄한 고양이에 나를 투영해본다. 

무리에서 쫓겨나듯 연인에게 버린 받은 듯 쓸쓸한 고양이(나)에게 나는 행동을 취했는가

'고양이를 돕기 위해 먹이를 줬는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을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인내의 회초리로 나를 위협하지는 않았나?'

'병원에 데려가 어디 아픈 데가 없는지 보살펴주진 않았나?'

'부모의 마음으로, 떼쓰는 어린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듯 포옹해 주었나?'


약속이 없는 날에도  힘껏 단장을 하고 굳이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다.

내가 응당 받아야 할 관심을 나에게 쏟는다. 

날이 흐리지만 선크림도 바르고 때가 탈까 봐 아꼈던 하얀 신도 꺼내서 신는다. 

호텔에 간듯한 착각을 줄만큼 이불에 각을 잡는다.

헬스장에서 열심히 쇠질을 하고 넓어진 어깨를 스스로 칭찬해준다.

그래서 나의 오른손이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긴 옷을 결제하는데 왼손이 저항하지 않는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나를 대견해한다.


이런 날 우연히 누군가가 빈말이라도 나를 칭찬해주면 내 마음은 물에 다은 솜사탕처럼 녹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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