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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n 29. 2022

우울할 때 왜 고기를 먹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저는 고기보다도 해산물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지금도 냉동실엔 오징어와 삼치가 있고 냉장실엔  명란젓과  오징어 젓갈이 있습니다.

어제는 멍게를 사 와서 직접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었습니다. 갑오징어도 철이라 살짝 데쳐 먹었는데 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수년 전 대학 친구들이 제 고향집에 놀러 와서 부모님이 아침을 차려준 적이 있습니다.  아침식사 반찬으로 나온 회를 보고 신기해하더군요. 저희 집에선 아버지가 종종 아침 수산시장에서 제철 해산물을 사 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회를 먹을 때 가장 맛있고  신선했습니다.


 옛 애인이 채식주의자였습니다. 처음에 만날 때는 유제품이나 계란까지 먹는 채식주의자였는데 이후엔 유제품도 먹지 않는 비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식사를 할 땐 다른 음식을 각각 먹었고 바닷가로 여행을 갈 땐 식당 선택지가 적어서 매우 힘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인내심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거 같은데 음식은 상대방 취향에 잘 맞출 수 있습니다. 저는 음식에는 그렇게 까탈스럽지 않나 봅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쓸쓸했습니다. 날씨 때문인지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더해저서 그런 듯합니다.

아마 주된 이유로는 제가 이것저것 요청을 하거나 바라는 게 있었는데 거절당해서 그럴듯합니다. 슬프고 외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무엇을 해줘야 내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기분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약간의 취미생활용품(문구류)을 사고 평소에 잘 먹지 않던 한우를 사 왔습니다.

백김치를 준비하고 마늘을 저며 식초와 간장에 새콤하게 절였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올리브유로 살짝 마사지해주고, 달궈친 팬에다가 구웠습니다.

회색 연기가 올라오기 전에 2분 뒤집어서 1분 정도만 구웠는데 고기가 얇아서 인지 충분해 보였습니다.

소금 간으로 먼저 먹고 쌈을 싸 먹을 땐 쌈장과 새콤하게 절인 마늘을 함께 넣어서 먹었습니다.


술을 한잔도 곁들이지 않았는데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아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왜 사람들이 우울할 땐 고기를 먹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오늘도 나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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