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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n 24. 2022

관상은 과학

나의 이상형

이상형은 뭔가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관상은 Science 인가요?

연예인 얼굴에 대하여 의견을 나눌 때 자주 등장합니다. 각자가 선호하는 외모가 다르죠. 관상은 빅데이터입니다. 엄청난 양을 정보를 처리하는 AI처럼 우리의 뇌는 그동안 많이 봐온 사람의 성격과 말투를 얼굴과 대응하여 기록합니다. 그중에 내가 바라는 걸 제공해줄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은 특정 외모가 바로 이상형입니다. 물론 추측이기 때문에 오류가 많습니다. 역시 관상은 유사과학입니다.

특히 기억의 빈도보다 무게 때문에 왜곡됩니다. 간단하게 후려쳐서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 시절 나를 힘들게 한 선임의 기억을 현재 나의 직장 선배에게 투영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선배를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이상형을 형성하는 낭만적인 애인에 대한 생각의 시작은 나의 첫 여자 친구가 아닙니다. 티브이나 잡지에서 보던 연예인, 야한 영화 속 여주인공, 가장 가까운 여인인 엄마 등 많은 이미지가 나의 이상형에 영향을 줍니다. 이런 기억의 가중치는 각각 다릅니다. 가장 많이 본 엄마나 어릴 적 내 친구가 나의 이상형에 그리 가깝지는 않습니다. 가장 무게감 있는 기억은 바로 나에게 아픈 기억을 준 여자들일 겁니다.

한번 데고 나면 그때 그 기억은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의 빅데이터에 기록됩니다. 사람은 잊어버리더라도 행동과 사건은 기억됩니다. '아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나에게 이런 아픔을 줄 거야'라는 식입니다. 일종에 경고나 적신호로 판단되는 것들이 생깁니다. 젊었을 때는 이런 것 저런 것 따지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생기면 이런 경고나 적신호가 쌓입니다. 이런 적신호를 보내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기 힘듭니다. 내 판단과 추측이 잘못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나의 기억을 넘어서 행동으로 넘어가는 문턱이 높습니다. 한번 놀라고 나면 방어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나의 뇌가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제가 짝사랑했던 사람은 흑발 프랑스 혼혈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위스키와 데킬라를 즐기고 헤비 스모커였습니다. 예술가는 아니었지만 부드럽게 사회에 반항하는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비관적인 말투와 자기 비하적 말투 때문입니다. 아주 마른 체형에 식사도 자주 거르던 사람이었습니다. 프랑식 영어도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절대 주지 않기 때문에 짝사랑은 힘듭니다. 제가 휘둘리지 않고 그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했다면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당시 제 능력 밖의 일이었습니다.

후 몇 년이 흐른 뒤 다른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녀 한국말을 잘하진 못했습니다. 의사소통이 100% 되었던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녀의 한국어나 영어는 완벽하지 못했고 스페인어가 모국어였습니다. 저는 확실히 이국적인 외모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불완전한 의사소통은 연애를 하는데 큰 장애로 작용합니다. 같은 한국말을 하더라도 말하는 방식의 차이가 크면 소통하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같이 여행을 가거나, 밥을 먹거나, 영화나, 전시를 보고 나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는걸 저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통이 어려운 건 저에게 좋지 않습니다. 제가 한국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걸 한참 후에나 알아차립니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입니다.

그녀와 몇 번의 데이트를 하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단계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질러보는 '나랑 사귀자!'가 아니라 상대방도 나와 같이 마음이 있다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마지막 확인을 날리는 단계입니다. 저는 기다리는 것, 인내하는 것을 약간 좋아합니다. 그런데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그녀도 옛날 프랑스 분과 비슷해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절대 먼저 다음 스텝을 밟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먼저 전진했습니다. 나를 거절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으로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그녀와 나는 상호적 마음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그녀는 스킨십을 더 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미뤘습니다. 그땐 아쉬웠지만 저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좋은 시작을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연락이 뜸하더군요???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이나 삶에 대한 질문은 했던 거 같기도 한데 그녀가 원하는 연애관 잘 듣지는 못했습니다. 언어적 소통 문제인지 그녀의 의도를 파악 못했습니다. 렇게 더 이상 발전이 없이 정리되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짐작할 수 있는 건 스킨쉽 사건 테지만 좀 미룬 것일 뿐이고 이후에 다시 만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를 기점으로 관계가 옅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과 관계를 발전하지 않은 게 행운일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녀와 대화는 항상 어려웠습니다. 그녀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진도를 더 나가지 않는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이상형이라는 말에 자체에 이미 바라는 것 '이상'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애인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애정과 관심이라기보다 좀 더 복잡한 것입니다. 사랑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살아가는 이유 또는 자이 실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것은 사실 결핍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나의 결핍이나 기대를 들여다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언 듯 실마리가 보이지만 무의식이 자신을 겹겹이 보호해서 쉽게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간단히 후려쳐서 취약점이나 적신호로 살짝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100개가 좋아도 1개가 과락이면 연애가 힘듭니다. 같은 말로 100개 난한 점이 있고 치명적인 단점이 없는 게 더 좋기도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썸을 탈 때 지난 연애 이야기를 잘하지 않습니다. 저도 상대방 기분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말을 잘 꺼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상대 연애관을 알아보는 데는 좋은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던져놓고 괜히 질투를 느끼거나 삐지면 안 됩니다. 부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한 점이 발견되더라도 그건 과거의 사건이고 나에게는 다르게 적용될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상대의 성향을 알아볼 때 지난 연애에서 가장 힘든 점. 자신이 생각이 하기에 취약점이 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제 상황을 회피하는 성향의 사람문제를 직접 맞서는 성향의 사람이 연애한다면 더 힘들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상대방의 취약점을 알고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방은 회피하고 싶은데 '야 너 잘못됐어 이리 와!'를 할 수밖에 없고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시작입니다.

사람의 성향은 얼굴보다는 대화에서 많이 나옵니다. 기억해보면 옛 연인의 얼굴보단 행동보단 대화가 더 생생하게 나에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기억의 빅데이터를 통하여 어떤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바라는 사람의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화여 우리의 이상형을 찾는 게 더 좋은 방법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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